[이달의 기자상] 4·3 폭발사고 보고서 '장난감의 비극'

[제404회 이달의 기자상] 안서연 KBS제주 기자 / 지역 기획보도 방송부문

안서연 KBS제주 기자

제주 기자라면 대부분 제주의 큰 아픔인 4·3을 공부하고 해마다 무얼 취재할지 고민합니다. 매년 4·3 특집을 하면서 수많은 과제와 직면하게 됐습니다.


이 가운데 이번에 주목한 건 4·3 당시 군경이 버리고 간 폭발물을 장난감인 줄 알고 갖고 놀다 희생된 아이들이었습니다.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아니다 보니 이들은 그동안 피해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숨진 형제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건 국가가 아닌 유족 개인의 몫이었습니다. 이마저도 4·3특별법이 정한 4·3 기간을 지나 숨졌다는 이유로 희생자로 인정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유족과 목격자들은 70여 년이 흘렀지만, 그날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살아남은 자들 역시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왔지만, 그 누구도 묻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학교에서 아이들이 숨졌는데도 왜 이들은 숨죽여 있어야 했을까요. 폭발 사고 피해를 기록으로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도 이후, 국가 차원의 4·3 추가 진상조사 작업에 폭발 사고 피해 실태 조사가 포함됐습니다. 하마터면 역사에 묻힐 뻔한 억울한 희생을 어루만질 수 있게 된 겁니다. 얼마 전 누님을 폭발 사고로 잃은 70대 할아버지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말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를 꺼내놓아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에도 힘을 보태주시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제는 개인이 아닌, 국가가 아픈 역사를 보듬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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