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골목길이 130명에게 쪼개졌다.”
이 한 줄의 제보가 취재의 시작이었습니다. 입주권도 받을 수 없는 이 작은 지분을 매수인들은 대체 왜 산 것일까. 실체가 불분명했고 동네 공인중개사도 거래의 내막을 알지 못했습니다. 무모했지만, 방법은 하나였습니다. 골목길 등기부등본에 나온 소유자 130명을 찾아다니며 ‘어떤 이유로, 누구에게 구매했는지’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는 모른 척 시치미를 뗐고, 누구는 거래를 부인했습니다. 또 때로는 부모가 자식 이름으로, 때로는 자식이 부모 이름으로 구매한 탓에 취재는 길어졌고, 우리는 지쳐갔습니다.
한 50명 정도 집을 방문했을 때, 윤곽이 나왔습니다. 그 내막에 기획부동산의 장난질이 있었고 그들은 3~4배, 심하면 10배 수익을 약속하며 매입한 금액의 4배 값으로 서민 투자자에게 땅을 팔아치웠습니다.
보도 후, 시원함 보다는 숙제를 덜 끝낸 기분이었습니다. 서울 전역의 모아타운 후보지는 총 85곳. 서대문구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섣부르게 시작할 수 없었습니다. 너무 방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료들과 팀을 꾸렸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과 사설 부동산 사이트를 통해 하나하나 지번을 확인해가며 ‘골목길 쪼개기’ 주소를 찾아냈고, 인터넷 등기소로 그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서울 25곳 자치구를 뒤지는데, 꼬박 한 달하고도 열흘이 더 걸렸습니다.
지난한 작업이었지만, 속은 후련했습니다. 그 시간을 묵묵히 견뎌준 김지성, 제은효, 이지은 기자에게 고맙고 축하한다는 말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