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호남소외론' 일침
김진수 기자 | 입력
2003.04.16 13:05:51
경향 ‘그림마당’ 국민 ‘국민만평’ 돋보여
공직에 있어서의 인사소외를 계기로 시작된 일부 언론의 ‘호남소외론’ 문제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다른 직업군과 마찬가지로 시사만화가들에 있어 ‘지역감정’ 문제는 골치 아픈 주제. 구체적 사실 확인과 웬만한 확신 없이 다뤘다가는 ‘역풍’에 상처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5일자 경향신문 만평과 국민일보 만평은 주목된다.
경향신문 김용민 화백의 ‘그림마당’은 이른바 ‘호남소외론’이 민주당 구주류 국회의원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는 작가의 시각을 담았다.
한 의사가 환자의 허파를 찍은 X-레이 사진을 보며 ‘사스’는 아닌데 가망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도 돼냐”고 느끼하게 질문하고 있는 환자는 ‘민주 구주류’라고 명기가 돼있다. 민주 구주류라면 한화갑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호남출신 정치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이 부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호남소외론’이 호남의 밑바닥 정서라고 주장하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민주 구주류’로 분류할 수 없는 인물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나 저나 의사가 들고 있는 X-레이 사진에 지역주의란 말과 밥그릇이란 단어가 쓰여져 있는 것은 통쾌하다.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일부 정치인을 향한 화백의 분명한 비판 아닌가.
경향신문 만평이 ‘호남소외론’과 관련해 정치인을 지목한 것과 달리 국민일보 서민호 화백은 ‘기성 정치인’과 ‘일부 지역언론’을 동시에 찍어내는 용기(?)를 보였다.
화면 상단 오른쪽에 얼굴 반쪽만 보이는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멀리 호남땅에서는 “호남차별 웬말이냐!”, “죽 쒀서 X줬다” “호남은 오리알”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외침이 떠들석 하다.
만평 하단은 시끄러운 호남민심을 접근해 들여다봤다는 의미다. 멀리서 보면 호남민심이 들끓는 듯 한데 가까이서 보니 영 딴 판이다.
그 많던 사람은 어디가고 실상은 기성정치인과 일부 지역언론 뿐이다. 결국 ‘호남소외론’은 과장됐다는 의미다. 특히 기성정치인과 일부 지역언론 사이에서 손을 잡고 있는 사람이 허수아비인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 만평의 속내는 무엇인가. 결국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고 있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지역의 실체적 진실이라기 보다는 동원되고 과장된 것이라는 작가의 시각을보여준다.
‘호남소외론’에 대한 이들 두 시사만화가의 평가가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 지의 판단여부는 물론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예민한 주제를 피하지 않는 작가적 용기는 격려해주고도 남음이 있다.
김진수 기자 hama@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