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환하고 선한 웃음… 제 마음속 동욱이와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김동욱 동아일보 기자가 6월29일 별세했다. 향년 47세. 고인의 입사 동기인 유재동 동아일보 경제부장의 추도사를 싣는다.

김동욱 기자는 비록 어른이 돼서 처음 만났지만 20년 넘게 저의 가장 친한 동기이자 친구였습니다. 그간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너무나 아쉬워, 어릴 적부터 동욱이와 찍은 사진들을 몇 번이고 찾아봤습니다. 사진 속 동욱이는 항상 특유의 환하고 선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욱이는 항상 친절하고 남을 잘 배려하는 속이 깊은 친구였습니다.


누구보다 건강하고 씩씩한 친구였기에 이렇게 황망하게 가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저는 동욱이와 휴가를 같이 보내며 둘이서 여행을 여러 번 다녔고 많은 추억을 함께했습니다. 제가 아는 동욱이는 옆에 있는 사람을 무척이나 편안하게 해주는 친구였습니다. 또 매사 유쾌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진지하고,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의 고민을 애정 있게 들어줬습니다. 저는 동욱이에게 누구에게도 말 못 하는 속 깊은 얘기들을 털어놓을 수 있었고, 우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동욱이는 문득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제게 알려줬습니다. 짐짓 무덤덤한 말투로 하는 그 말을 듣고 저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고 그날 밤 잠을 잘 이루지 못했습니다. 제아무리 심한 병마도 잘 극복한 사례들이 그래도 주변에 많아서 제가 아는 동욱이라면 당연히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리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귀국을 앞두고 있던 동욱이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땅이 꺼지는 듯한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비록 동욱이가 휴직을 하고 미국에 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더 많이 연락을 하고, 안부를 묻고, 목소리를 들었어야 한다는 후회가 동시에 커졌습니다.


수습 시절 동욱이는 매일 출근할 때마다 동료들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김동욱입니다.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우렁차게 인사했습니다. 이렇게 씩씩하고 밝고 따뜻했던 친구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그동안 동욱이와 함께한 것들이 워낙 많기에, 앞으로 저는 일상 속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경험하든 거의 매일 같이 이 친구를 떠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아픈 일을 애써 떨쳐내거나 잊어버리려 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하고 제 마음속의 동욱이와 함께 살아가려 합니다. 누군가를 가슴에 묻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친구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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