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알려 달라고 하는 분 처음 봐서요. 그게 왜 궁금하세요?”
모든 취재가 그렇지만 우여곡절이 많았고, 쓰고 나서 아쉬웠습니다. 비슷한 실랑이를 한 50번 했고 여러 번 찾아가 사정했습니다.
몇 번이고 확인한 숫자, 어렵게 받아 꾸깃꾸깃해진 예비비 사용 내역과 조서이지만 기사엔 다 못 담았습니다. 생업이 걸린 분들의 당부가 아른거렸기 때문입니다.
예비비는 정부 ‘비상금’입니다. 급할 때 쓰라고 마련해 두는 비상금도 엄연한 정부 예산이지만, 이 사용이 적절했는지 따져보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 사용 후 심의’ 구조인 데다가 1년이 지나서야 ‘국가 결산’이라는 명목으로 일부만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분명 이 정부도 예비비를 쓸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필요했을 것이고, 급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비비는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의 ‘재정 보완재’가 아닌, 정말 불요불급한 곳에 사용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정부는 “예비비 신청금액 및 논의과정은 행정부 내부 의사결정 과정으로 통상의 예산편성 요구, 논의내용 등과 같이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예비비에 대한 검증과 감시가 더 강화되면 좋겠습니다. 일시적인 정쟁 소재로 소비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후배를 이끌어주신 고찬유 부장, 이대혁 차장, 경제부 선배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용기 내주신 정부 관계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