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에선 각기 성향이 다른 3개 노조가 연대해 사측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공동성명을 내는 등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같은 사안에도 다른 입장을 밝히고, 때로는 서로를 비판했던 이들 노조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에 KBS 구성원들도 “입사하고 나서 처음 보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KBS노동조합, KBS같이노동조합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건 KBS 내부 위기와 맞닿아 있다. 이들 3개 노조는 KBS 기자협회, PD협회 등 사내 8개 직능단체와 ‘수신료 통합징수 TF’ 구성했다. 6월24일 TV 수신료 통합고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발의되자 법안 통과에 전사적 힘을 모아야 한다며 KBS본부가 제안한 TF 구성에 참여한 결과다.
18일 이들 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KBS의 노동조합과 직능단체는 ‘수신료 통합징수’ 방송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수신료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공영방송의 발전과 관련한 질문들의 해답을 찾으며, 우리 스스로 변화된 KBS의 모습을 만들며 혁신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수신료 통합징수’를 규정한 방송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국회에서 제정돼 국민 불편을 줄이고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올곧게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해 고지·징수하도록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1여년 만에 올해 7월 수신료 분리징수·고지가 전격 시행되면서 KBS 내부는 징수비용이 증가돼 주요 재원인 수신료 수입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KBS본부의 경영진 동참 제안에도 불구하고 박민 사장은 노사협의회 등에서 “시청자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입법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올바른 행위”라며 TF 참여를 공식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KBS의 3개 노조위원장이 한자리에서 사측을 향해 규탄하는 목소리를 낸 일도 있었다. 이들 노조는 사측이 추진 중인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7일 이들 노조는 기술인협회, PD 협회 등 구성원 200여명과 함께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17일 오후엔 ‘직제규정 개정안’이 상정된 KBS 이사회를 앞두고 KBS 본관 로비에서 피킷 시위를 벌여 이사회 의결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박민 사장의 임기가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구성원 의견수렴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밀실에서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 성명에 따르면 사측은 예능센터·드라마센터·편성본부를 합친 ‘콘텐츠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기존 기술본부를 ‘방송인프라본부’로 바꿔 여러 국을 통합하는 등 규모를 대폭 축소한다. 또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은 사실상 해체되고 사장 직속 ‘교양다큐센터’로 신설된다. ‘추적60분’ 등 기존 제작1본부 산하 시사교양국에서 제작하고 있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도본부 이관한다는 방침도 알렸다. 다만 KBS노동조합은 사측의 조직개편안 중 기술본부 통폐합에 한정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KBS 이사회가 24일 긴급안건으로 상정된 ‘직제규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개 노조는 이날 또 한 번 피켓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