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로 국민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방송통제위원회라고 인식할 거다. 이진숙 방송통제위원장이 들어선 체제에서 벌어질 일은 뻔하다. 청문회 때 그가 보여준 위험한 발상들 하나하나 행동으로 보여줄 거다. 이제 KBS, MBC를 통해 어떤 프로그램, 어떤 보도가 나가야 한다고 가이드라인을 내릴지 불을 보듯 뻔하다.”(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하자 언론현업단체, 시민사회단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92개 언론현업단체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방통위가 위치한 과천정부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을 규탄했다. 앞서 이날 오전 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이진숙 위원장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날 임명됨과 동시에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오후 5시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 추천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 취임식 현장에 지명된 언론 몇곳만 출입을 허용했다. 나머지 언론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취임식 현장에서 배제됐고 방통위는 회의 규칙을 모조리 무시한 채 전체회의 시점, 안건 하나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MBC 파괴, 공영방송 장악에 또 다른 걸음으로 2인 체제 불법 체제 아래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안건을 곧 의결하게 될 것 같다”면서 “이들이 잠시 소란을 피우고 방송 현장을 어지럽히고 장악할 수 있어도 민주주의의 도도한 물결, 언론 자유의 큰 흐름은 절대 꺾을 수 없다”고 했다.
박성호 방송기자연합회장도 “과정도 기습적이고 절차도 위법적인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이 바로 벌어지기 직전이다. 공영방송 장악에 나설 하수인들이 이제 전면에 나서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에 대해선 법원이 이미 판단했고 (당시 이상인 부위원장 겸 직무대행) 1인 체제 하에서 이사진 공모 절차도 진행돼 뭐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며 “이제 멈춰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말 윤석열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MBC 장악이라는 그 다섯 글자밖에 정말 없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윤 대통령의 이진숙 임명 강행은 이 정권의 공개적인 독재 선언”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이진숙씨가 부적격자라는 것은 사흘간의 청문회 과정에서도 낱낱이 확인됐다. 국민들 60% 가까이가 부적격하다고 했고 적합하다고 한 건 30%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청문회가 끝나자마자 이진숙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도 간절히 호소드린다. 결국은 공영방송 MBC를 강탈하기 위한 무리수들이다. 함께 막아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