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 가운데 종전을 위해 영토를 일부 포기할 수도 있다는 여론이 1년 사이 3배 늘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3명 중 1명이 영토를 잃더라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는 더욱 초조해졌다.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영리한 일’이라던 친러 성향 트럼프는 집권하면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장담한다.
추산조차 불가능한 인적 물적 피해를 입은 대가가 결국 국토를 잃은 뒤 전쟁을 멈추는 것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비극을 막을 수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한다. 2021년부터 이듬해 전쟁 발발 직전까지 우크라이나와 나토의 움직임, 이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 등으로 군사적 긴장은 높아져 갔고 이는 결국 전쟁으로 이어졌다.
이미 전쟁 중인 곳들을 제외하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지역은 한반도일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더욱 빠르게 악화하던 남북관계는 작년 12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면서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극한 상태로까지 치달았다. 북한은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는 이제 끝났음을 선언했다. 남한을 전쟁으로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 이후 북한은 비무장지대에 대규모 대전차 방벽을 설치하고, 수만 발의 지뢰를 묻고 있다. 전쟁을 준비하는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단체는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전단을 잇따라 살포했다. 북한이 이에 대응해 날려 보낸 오물 풍선이 서울과 수도권에 날아들었고 애먼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부의 대응은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하며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대북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군사적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다. 대북전단 살포가 이런 위기를 초래했지만, 정부는 이를 감수하더라도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법안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처벌이 과도하다는 취지이지, 살포를 제한하는 것조차 안 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정부는 탈북단체의 대북전단에 대해서는 유독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다.
이런 가운데 신원식 국방장관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지점을 북한이 직접 타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국지전, 나아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임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북전단을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듯 행동한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규제가 가능하다는 걸 모를 리 없다. 2kg 이상의 물건을 매단 풍선은 항공안전법에 따라 규제 대상이라는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도 나왔다. 접경지역은 국방부 허가 없이 비행체를 띄우면 안 되는 비행금지구역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왜 대북전단 규제에 이토록 소극적인가. 국민들은 합리적인 의혹을 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의혹은 정부가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