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올림픽이 나흘 뒤면 막을 내린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당분간 지상파를 통해 올림픽 중계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2년 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2032년까지 총 네 번의 동·하계올림픽은 지상파 3사가 아닌 JTBC가 중계하기 때문이다.
JTBC는 지난 201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6년~2032년 개최되는 올림픽의 한국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부터 2028 LA 하계올림픽, 2030 프랑스 알프스 동계올림픽, 2032 브리즈번 하계올림픽까지 네 번의 올림픽과 이 기간 열리는 유스올림픽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권리가 JTBC에 있다. 올림픽 중계권을 지상파 아닌 채널이 독점하는 건 국내 방송 사상 처음이다.
JTBC가 첫 중계를 맡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최까진 1년 반밖에 남지 않았다. 중앙그룹은 지난 1일 사보를 통해 “올림픽 주관 방송의 성공을 위해 원대한 구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번 파리올림픽이 “2026년 겨울올림픽 중계를 본격 준비하는 자리라는 측면에서 그룹이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고도 밝혔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9일(한국 시각) 파리 현지를 찾아 바흐 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국의 올림픽 주관 방송사로서 중앙그룹의 역할과 올림픽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환했다고 중앙은 전했다.
JTBC가 올림픽을 단독 중계할지, 지상파나 다른 유료방송채널(PP),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에 중계권을 재판매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지난해 6월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발행하는 <스포츠 현안과 진단>에 기고한 글에서 “종합편성채널과 PP가 스포츠 중계권을 선점하였을 경우 OTT 등 인터넷 사업자 대상의 중계권 재판매는 활발하게 이루어지지만, 시청률 경쟁 등의 이유로 지상파방송사에 재판매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고 지적했다. JTBC는 2013년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온라인에만 중계권을 재판매하고 지상파 등 방송에는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도 제기되는데, JTBC측은 “사실상 전 국민을 가시청 가구로 확보”하고 있어 문제없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중계권 계약 직후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에서 JTBC 관계자는 “플랫폼별로 최적의 파트너를 선정해 ‘올림픽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디지털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앙사보는 홍 부회장이 바흐 위원장과 환담을 마친 뒤 “이번에 나눈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는 향후 ‘JTBC다운 중계’로 실현될 것”이라며 “그동안 경험한 적 없는 기술과 본 적 없는 시선으로 전해질 새로운 올림픽을 기대해 달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JTBC 내부엔 올림픽 중계를 기점으로 삼성 광고가 회복되길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은 2016년 JTBC의 국정농단 보도 파문으로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JTBC에 광고를 사실상 끊다시피 했고, 이는 JTBC의 광고매출과 영업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1997년 IOC와 공식 파트너사 계약을 맺은 이래 올림픽 후원사로 쭉 참여하고 있으며, 2028년 LA 올림픽까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