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 정치 지도자 박정희와 김대중, 김대중과 박정희를 조명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을 다룬 무수히 많은 책과 분명히 다르다. 1961년부터 1979년까지 두 사람의 엇갈린 길을 외신 기사를 길잡이로 톺아본다. 박정희 서거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뉴욕타임스 1979년 10월27일자 보도, 김대중 납치 사건을 다룬 1973년 8월8일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한국 언론 보도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흥미롭다.
국제부 기자 시절 두 사람과 한국 상황에 대한 수많은 외신 기사를 접하면서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을 늦게 정리하는 마음이 편치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가 1978년 MBC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을 때, 미국과 일본의 신문들이 배포되고 타임지와 뉴스위크지가 판매됐지만, 한국 문제를 다룬 기사는 군데군데 먹칠이나 가위질이 돼 있었다. 지금이야 상상할 수 없지만 당시는 그랬다.
저자는 35년간 기자생활을 하며 축적한 국내외 자료를 취합, 번역하고 정리했다. 본문 630쪽, 주석 505개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다. 저자는 책 마지막에 이렇게 적고 있다. “책장을 덮기 전 머릿속에 모이는 생각이 있다. 이명(耳鳴)처럼 머릿속에서 맴돌며 떠나지 않는 말 한마디. ‘시간을 따지지 마라. 해가 지면 그때가 저녁이다.’ 과연, 해고 지고 나니 어둠이 짙어진다. 권력의 핵심이 비어버린 한국에 밤이 오고 있었다.”
31대 한국기자협회장을 지낸 안병준 전 내일신문 편집국장은 이 책에 대해 “복잡다단한 한국 정치의 현대사를 균형감각과 보편타당한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학계도 정리하지 못한 ‘민감한 부분’까지 ‘외신을 빌려’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아웃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