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회째를 맞는 '기자의 날' 기념식에서 노성대 전 MBC 사장이 ‘기자의 혼(魂)’ 상을 받았다.
한국기자협회는 13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19회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고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한 신군부를 따르지 않은 노 전 MBC 사장에게 기자의 혼 상을 수여했다. 이날 기념식은 기자협회 60주년 행사에 이어 열렸다.
1980년 5월23일 당시 부국장이던 노 전 사장은 편집회의 자리에서 “진상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광주시민을 폭도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사실이 계엄사령부의 귀에 들어가 노 전 사장은 같은 해 6월9일 남영동 분실로 연행됐고 해직됐다.
노 전 사장은 10년 가까이 지난 1989년 3월11일에서야 MBC 해설위원실 해설주간으로 복직했다. 1993년 워싱턴 지사장을 지냈고 1995년에는 광주MBC 사장을 맡았다. 이후 1999년 MBC 사장이 됐다. 노 전 사장은 고향이 광주이기도 하다.
올해 83세인 노 전 사장은 건강이 나빠져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수상소감은 김상균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운영위원이 대신 읽었다. 노 전 사장은 "과분한 상을 주셨는데 폐만 끼치고 여러 사람 귀찮게만 해 드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여러모로 도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짧게 전해 왔다.
기념식 축사에서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는 "5.18 민주항쟁 때 기자협회가 저항의 중심축이 돼 맞서 싸웠다"며 "기자는 오로지 사실만을 전달한다. 이를 막는 세력이 있다면 단호히 대적하는 게 언론자유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그러면서 "현 정부의 갖가지 해괴한 언론통제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며 "오늘은 축하의 자리가 아니다. 앞으로 결의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모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의 날은 신군부의 검열에 반대하며 전국의 기자들이 제작 거부에 돌입한 1980년 5월20일을 기리는 날이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의 제안으로 2006년 기자협회가 만들었고 국가기념일 지정도 추진했다.
1회 기자의 날 기념식에는 리영희 선생이 처음으로 기자의 혼 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김주언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이 수상했다. 김 전 이사장은 1986년 한국일보 기자로서 월간 '말'을 통해 보도지침을 폭로해 국가모독죄 등으로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