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를 통해 모자를 출시했다. 국내 언론이 패션 브랜드와 협업해 상업 제품을 제작하고 대형 패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일은 언론계에서 처음 이뤄진 브랜딩 방식이다.
동아일보는 빈티지 캐주얼 브랜드 ‘오가프’와 협업을 통해 최근 볼캡 모자 4종을 출시했다. 동아일보 로고와 창간년도인 ‘1920’을 사각형 와펜에 넣은 제품을 비롯해 ‘Off the record’(오프 더 레코드, 비보도), ‘Scoop Hunter’(스쿱 헌터, 특종 사냥꾼) 같은 언론 용어, ‘동아비즈니스리뷰’ 매체를 의미하는 ‘magazine dbr’을 독특한 서체‧디자인으로 담은 상품들이 나왔다. 제품은 국내 대표적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7월23일부터 단독 판매되고 있다.
최근 동아미디어그룹 사보에 따르면 이번 협업은 동아비즈니스리뷰 발행을 담당하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가 진행했다. 독자를 대상으로 제작하던 굿즈에서 벗어나 올해부턴 ‘일반인들이 구입할 만한 수준의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가 있었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지닌 신문사 브랜드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빈티지 패션 브랜드들에 제안을 했고 오가프에서 답이 왔다.
업체 디자이너는 창간 때부터 사용한 동아일보 청록색 원형 로고에 관심을 보이며 제품 디자인 등을 제안했고 “이런 헤리티지가 요즘 MZ세대가 선호하는 뉴트로 트렌드”란 반응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모델 착장 사진은 경기도 안산 동아일보 윤전공장, 윤전기를 배경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모자의 유통채널을 고민할 무렵 오가프를 담당하던 무신사 MD가 양사 협업에 관심을 보이며 무신사 에디션 판매를 제안했다. 무신사 에디션은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 시도를 통해 만들어진 특별한 제품을 업체가 별도로 선별해 선보이는 코너다. 실제 현재까지 제품 리뷰엔 디자인과 협업 등에 대해 호평이 많은데 동아미디어그룹은 사보에서 “신문이 주는 아날로그하고 진지한 느낌이 스트리트 패션의 자유로움과 절묘하게 조화되고 있다는 평가”라고 분석했다. (관련 페이지: <과거와 현재를 볼캡으로 연결하다>)
이번 시도는 국내 언론과 패션 업체가 힘을 합친 드문 결과물이자 신문사가 젊은 층을 겨냥한 적극적인 브랜딩 시도로서 이례적이다. 레거시 미디어의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해석하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해당 협업을 소개한 동아일보 ‘레거시 미디어의 진지함과 스트리트 패션의 자유가 만났다’ 기사에서 양민석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사업전략팀 마케터는 “신문, 잡지가 5060세대에 어울리는 올드 미디어라는 인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레거시 미디어 특유의 진지함을 MZ세대 취향에 맞게 재해석해 새로운 감성을 창출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사보에선 ”미래전략연구소는 이번 협업의 성과 분석을 토대로 동아일보 헤리티지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 개발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동아일보 지면 조각들, 다이어리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