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로 취임한 지 10개월, 임기 막바지에 이른 박민 KBS 사장이 ‘불신임 98%’이라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취임 이후 KBS의 신뢰도 및 영향력에 심대한 타격을 초래하고 있는 낙하산 박민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구성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KBS본부가 4일부터 9일까지 조합원 2028명을 대상으로 ‘박민 사장 취임 300일 긴급 신임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8.7%가 ‘불신임’한다고 답했다. 투표엔 1675명(투표율 82.5%)이 참여했으며 이 중 1654명이 ‘불신임’에 표를 던졌고, ‘신임’은 21명에 그쳤다.
박민 사장의 연임에 대해선 99%의 조합원이 반대했다. ‘박민 연임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동의하지 않는다’는 93.7%,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는 5.3%로 나타났다. 박민 사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또 ‘박민 사장 취임 이후 발생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복수 응답)에 대해선 ‘수신료 분리 고지에 대한 대응부실’ 응답이 93.2%(1561명)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뉴스 및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영향력 하락’, ‘편향적이고 무능력한 인물의 보직 기용’,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역사저널 그날 폐지, 기적의 시작 편성 등 제작 자율성 침해’ 등이 뒤를 이었다.
‘박민 사장 취임 이후 현재 KBS 상황’을 묻는 항목에 응답자의 98.5%가 부정 평가를 내렸다. KBS본부가 1월 실시한 ‘박민 사장 취임 50일’ 설문조사에선 부정 평가가 88.1%로 나왔는데, 8개월 만에 20%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KBS본부는 9일 성명에서 “1월 설문 당시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구성원이 지난 300일 간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낙하산 박민 사장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KBS본부는 “특히 박민 사장이 국회 결산에 출석해 국회에 발의된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것에 분노도 상당하다”다고 봤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박 사장이 밝힌 수신료 법안에 대한 입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98.3%(1667명)가 반대 의견을 냈다. 이에 KBS본부는 “사장으로서 공사의 주요 재원인 수신료 수입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당연히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 처리에 발 벗고 나서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반대 입장을 낸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확실한 반대 의견을 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KBS본부는 “처참한 성적표”라며 “대통령과 권력만 바라보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방송으로 공영방송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추락시킨 낙하산 박민 사장을 향한 분노의 표출이자, 구성원이 피땀 흘려 지켜온 공영방송을 망치지 말아 달라는 간절한 호소”라고 밝혔다.
이어 “편파, 친일 방송 논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제작과 편성 등 (박민 사장은) 자신이 불러온 위기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지자 이제는 그 책임을 구성원에게 돌리려 한다”며 “박 사장은 이번 투표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 이제라도 자신이 벌인 파렴치한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했다.
한편, ‘탈진영’을 내세우고 있는 또 다른 사내 노조인 KBS같이노조도 사장 신임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같이노조는 4일 집행위원회를 열어 9월 말~10월 초 박민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하기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