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민원 사주’ 의혹의 실체를 밝히겠다며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류 위원장의 쌍둥이 동생을 비롯해 사주를 받고 민원을 넣었다고 의심되는 6명과 민원사주 사건을 조사하고서 결론을 내지 않은 국민권익위원장 등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질의에 류 위원장이 불출석하자 예정에 없던 청문회 건을 상정해 처리한 건데, 국민의힘이 퇴장한 상태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한 것이어서 여당의 반발도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청부 민원과 공익신고자 탄압 등의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기로 13일 의결했다. 청문회에 부를 증인은 모두 30명이다.
이날 회의는 애초 경찰의 방심위 직원 압수수색과 관련해 방심위에 대한 긴급현안질의로 진행됐다. 하지만 류 위원장이 출석하지 않자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증인 목록을 즉석에서 상정해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 등 야당이 통과시켰다. 정원이 20명인 과방위는 민주당 의원이 11명으로 절반이 넘어 단독 의결이 가능하다.
이날 과방위가 채택한 증인은 모두 30명이다. 증인에는 류 위원장의 쌍둥이 동생인 류희목 영남선비문화수련원 사무총장을 비롯해 류 위원장이 시켜 민원을 넣었다고 의심되는 6명이 포함됐다. 청문회에서 실제로 민원사주가 있었는지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증인이 거짓 증언을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증인 목록에는 이 외에도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안동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장, 윤정근 양천경찰서장도 포함됐다. 야당은 이른바 ‘민원인 정보 유출’ 건은 서울경찰청이 신속히 수사하고 류 위원장의 비위는 양천경찰서가 수사를 8개월째 미루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과 정승윤 부위원장, 과장급 실무자 4명도 증인으로 부른다. 1월 류 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한 이해충돌 부패신고를 받고 부실조사를 했다는 추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는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7월 사건을 방심위로 보내 류 위원장이 스스로 처리하게 했다. 류 위원장과 황성욱, 허연회 전 여권 방심위원도 증인으로 포함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만 나와 회의 개최에 항의발언을 하고 퇴장했다. 경찰이 법원에서 정당하게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는데 국회가 회의를 열고 관련자들을 불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10일 수사 인력 30여 명을 보내 방심위 사무실과 직원들의 자택 등 모두 5곳에서 10시간 넘게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1월 첫 번째 압수수색 때와 달리 이번엔 몇 직원들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피의자로 특정해 압수수색 영장에 적어 넣었다.
류 위원장은 오전 방심위 회의 일정이 있다며 국회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류 위원장은 오후에는 휴가를 냈다. 국회에는 이종육 기획조정실장 등 방심위 간부 4명만 출석했다. 이현주 사무총장과 박종현 감사실장도 휴가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전날인 12일 방심위 내부 전산망에는 “직원들은 의원 요구자료 작성에 질의·답변 기록 등으로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른 귀향도 접었다”며 “정작 현안질의를 초래한 류희림씨 등은 나몰라라 하고 휴가를 내 고향으로 가느냐”고 한 직원이 실명을 걸고 비판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직원은 이어 “당당히 국회에 출석해 질의에 응하기 바란다”며 “이번 한 번만 회피한다고 끝나지 않는 거 알지 않느냐”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