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차기 사장 선임, 여권 이사들 맘대로?

KBS 이사회, 여권 이사들 '시민참여단 배제' 의결 강행
야권 이사들 "KBS 정체성 강화커녕 구시대 후퇴" 비판

사진=KBS 홈페이지.

KBS 이사회가 25일 여권 이사들 단독으로 KBS 차기 사장 선임 과정에 시민평가단 참여를 배제하는 선임 방식 의결을 강행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정기이사회를 열고 제27대 KBS 사장의 공개모집 시기와 선임 방식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26일부터 10월4일까지 사장 후보자를 공모해 10월14일과 16일 이틀간 서류 심사를 거쳐 후보자 3명을 선발한다. 이어 10월23일 면접심사와 이사회 표결을 거쳐 최종 후보자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사장 선임 과정에서 KBS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정 기간 KBS 직원들의 질문을 취합한 뒤 서기석 이사장이 면접심사 대상자에게 질의할 예정이다. 제27대 사장으로 임명제청된 후보자에 대해서는 방송법과 국회법,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의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된다. 신임 KBS 사장의 임기는 2024년 12월10일부터 2027년 12월9일까지다.

이날 KBS 이사회에선 이번 사장 선임 절차에서 ‘시민참여단’ 평가 도입 여부를 놓고 여권, 야권 추천 이사들 간 설전이 이어졌다. 앞서 2018년, 2021년 KBS 사장 선임 당시 KBS 이사회는 사장 후보자 평가 방식에 ‘사장후보평가시민자문단’ ‘시민참여단’ 등의 이름으로 정책발표회를 도입한 바 있다. 다만 2023년 김의철 사장 해임 이후 진행된 보궐 사장 선임 땐 시민참여단 평가 방식은 제외됐다.

이번 이사회 개최에 앞서 KBS 이사 4명으로 구성된 ‘신임 사장 선임 절차 특별위원회’가 꾸려진 가운데, 특위 위원장을 맡은 여권 성향 이인철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시민참여단 방식이 배제된 서류심사, 면접심사, 이사회 표결 절차 등으로 이뤄진 1안을 발표했다. 반면 야권 성향 김찬태 이사는 서류 심사와 함께 면접 단계에서 시민평가단 점수 40%, 이사회 면접 점수 60%로 합산해 반영하는 점수평가 방식의 2안을 내놨다.

여권 성향 이사들은 시민평가단의 대표성, 전문성을 중심으로 문제제기했다. 여권 추천 류현순 이사는 이사회 사무국장에 종전 시민평가단 참여 인원과 운영비용을 질의하고는 “시민평가단 분들이 KBS 이사회, 직원들만큼 사장에 대해 절실하지 않다. 그분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일당 받고 KBS 사장에 대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찍을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결정을 할 경우가 많다고 본다”며 “(과거 시민평가단 운영 비용) 2억원은 KBS엔 지금으로선 굉장히 큰 재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시민평가단을 폄하하는 것”이라는 야권 이사들의 질타가 나왔다. 김찬태 이사는 “역대 사장 임명제청 과정에선 특정인 낙점설, 내정설 등이 끊임없이 나왔고, 그 루머가 실제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 그런 논란을 차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라며 “KBS의 최고 경영자를 임명하는 과정에서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개방하자는 측면도 있다. 이미 시민평가단을 운영한 전례가 있는데 굉장히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고 했다.

결국 이날 제시된 사장 선임 절차 방식을 두고 재논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야권 이사들의 반발 속에 서기석 이사장은 1안, 2안을 두고 거수를 진행했다. 김찬태, 정재권 이사가 표결 직전 퇴장하며 여권 이사 7인의 찬성으로 1안 방식이 통과됐다.

야권 이사 4명(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은 이사회 직후 입장문을 내어 “여권 성향 이사들이 강행 처리한 차기 사장 선임 절차는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강화하기는커녕 구시대로 후퇴시킬 것임이 명백하다”며 “무엇보다 입으론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론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국민을 완전히 배제했다. 시민 참여는 공영방송의 개방성, 투명성, 공정성 제고를 위해 확대해야 마땅한 미래지향적 과제인데도 여권 성향 이사들은 퇴행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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