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st하우스’는 유기동물 콘텐츠를 내놓는 국민일보 버티컬 채널이다. 위기의 동물 사연을 전하고 구조, 입양 후 모습까지 기사, 영상으로 전한다. ‘개 번식농장’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정책 개선도 요구한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 관심이 커진 만큼 이런 동물 콘텐츠는 꽤 익숙하다. 그런데 이 채널, 최근 유튜브 구독자 10만명을 돌파해 ‘실버 버튼’을 받았다. 더 나아간 뭔가가 있었다는 뜻이다. 구조된 동물이 입양되도록 콘텐츠마다 거간꾼 역할을 했다. 그렇게 출연한 145마리 견공 중 105마리가 새 가족을 만났다.
지난 10일 해당 코너를 담당하는 국민일보 뉴미디어팀원들과 인터뷰에서 이성훈 기자는 “기성 언론에서 동물 분야는 보통 사건 스트레이트로 끝나는데 현장 얘길 들어보면 구조는 시작일뿐이었다. 누가 돌보고 치료비는 어떻게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뭘 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동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거기부터가 진짜였다. 돕고 싶은 분들께 솔루션 창구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많은 버티컬처럼 특정 분야만 다룬다. 동물 중에서도 개, 특히 유기견에 집중하고 동물 관련 ‘기사’와 ‘다큐’를 오가는 접근은 좁다 못해 “뾰족하다.”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올린 ‘세상이 무서웠던 번식장 포메라니안…PD가 임시보호하자 놀라운 변화’(115만, 옥순이 편)처럼 귀여운 면모가 부각될 때도 있지만 사연은 보통 “다크”하다. 너무 협소해서 다 비슷해지진 않을까. 사람 인터뷰처럼 “같은 얘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왜 이 문제가 반복돼서 계속 다뤄야하는지 고민”이란 게 팀원들 답변이다.
주 구독자층은 ‘4060 여성’이다. 충성도가 매우 높아 온라인 댓글은 물론 오프라인 활동 참여도 적극적이란 설명이다. 유튜브 커뮤니티에서 “동물복지나 입양 관련 봉사활동 모집을 하면 몇 시간 내 마감”된다. 전병준 기자는 “동물 채널 중에서도 차별화된 이 뾰족함이 유튜브에서 구심점이 되고 사람을 모은다고 본다. 게임 채널에서 마인크래프트와 롤(LOL)을 같이 다루면 구독자가 흩어지지 않겠나”라며 “규모는 좀 작아도 충성도 높은 분들이 많아 화력이 세다는 게 우리 채널 강점”이라고 했다.
콘텐츠만으로 높은 충성도가 설명되진 않는다. “작지만 출력이 좋은 기획”의 배경엔 매 편 출연한 유기견 정보 및 입양 방법을 알리고 실제 관련 단체 링크를 걸며 ‘연결’해 온 역할이 있다. ‘입양 후’까지 다루는 콘텐츠가 해결된 문제를 보여준다면, 진행 사안엔 구독자가 해결에 나설 길을 열어둔 측면이 있다. ‘구조 현장’에서 라이브를 하면 슈퍼챗으로 상당 후원금도 들어오는데 전액 ‘개 치료비’나 ‘동물단체 지원’ 용도로 사용하며 “내 돈이 값지게 쓰인다는 효용감”도 준다.
최수진 기자는 “사연 편은 특히 다크할 때가 많고, 귀여운 영상은 개인이 올리는 걸 이길 수가 없다. 보통 한 스토리를 1편 사연, 2편 구조 후 상황, 3편 입양 등으로 나눠 올리는데 3편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면 ‘이 친구 입양 갔나요?’ ‘어떻게 됐나요’ 댓글이 쏟아진다. 이야기가 끝맺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구독자가 우리에게 가장 바라는 바 아닌가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부턴 사업 고민도 본격적이다. 회사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부서 지속을 바라는 팀원들의 바람이 동기다. 현재 영상·광고수익 외 유튜브 멤버십을 통한 350여명의 정기후원이 있다. 지자체나 동물병원, 펫푸드업체, 동물단체 등과 맺어온 관계는 “우리 노력을 딥하게 담아주더라”는 신뢰에서 “펫 행사에서 1시간씩 인사를 다니는” 영향력으로 이어지며 향후 기관 사업, 기업 사회공헌 등으로 발전될 수도 있다. 다만 기자 4명이 매주 텍스트 기사 1개, 영상 2개 업로드 등 채널 전반 운영을 도맡고 영업 인력이 없는 여건은 한계다.
동물단체 근무경험이 있던 이성훈 기자가 2019년 아이디어를 내며 채널 모태가 됐고, 초기 여러 ‘품앗이’로 꾸려지다가 1년 후 팀이 만들어져 4~5년이 지난 게 현재다. 그간 대한민국 동물복지 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사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최민석 기자는 “이걸 하면서 보호소를 방문했고, 개인 구조자를 만났고, 임시 보호를 세 번 했다. 결국 동물문제는 사람문제였다. ‘애니멀 호딩’(과도하게 동물을 키워 학대하는 행위)은 당사자와 주변, 지자체도 어쩌지 못할 때가 많은데 결국 우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하는 사안”이라며 “관심과 정책 개선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저희가 할 일이 많다고 본다. 특히 봉사나 공익적인 성격이 여타 채널과 다른데 수익 셰어나 콘텐츠 면에서 더 고민할 필요도 느낀다”고 했다.
11년차 이하 경력 취재·영상기자들의 시도는 언론이 좁은 콘텐츠 영역에서, 단순 전달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충성독자를 만들고 관심과 후원, 참여를 유도하는 사례다. 언론의 자리와 역할은 어디까지인지 질문이 남는다. 이성훈 기자는 “후원자 500명에 구독자 20만명이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현재 참여율이라면 의미가 크다”면서 “동물보호법상 관련 직업군의 교육 콘텐츠를 만드는 정부사업에 들어가거나 동물 업계와 캠페인 등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성과와 더불어 수익에서도 내실을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