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휴직 신청자에게 과도한 증빙을 요구했다며 당사자에 대한 직접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한겨레 내부 연서명에 100명이 참여했다. 직원들은 노동자 권리와 돌봄의 가치를 중요하게 보도해 온 한겨레에서 이번 일이 발생한 데 우려를 보였다.
22일 서울시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 돌봄휴직 반려를 비판하는 성명이 배포됐다. “최근 뉴스룸국 ㄱ조합원의 ‘가족돌봄휴직’ 신청이 반려되는 과정을 보며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며 “이주현 뉴스룸국장과 ㄴ부국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ㄱ조합원에게 공개 사과하라”는 내용이다. 연서명에는 100명이 자기 이름을 밝히고 참여했다.
한겨레는 9월23일 뉴스룸국 직원의 돌봄휴직 신청에 자료 보완을 요구했다. 이 직원은 지난해 시어머니가 뇌 수술을 받은 뒤 의식불명이 돼 간병에 뛰어들어야 한다며 입원확인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내고 6개월의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국장단은 본인 외에 돌봄을 수행할 가족이 없음을 증빙할 가족회의 내용과 간병계획을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직원들은 성명에서 돌봄휴직 필요성을 확인할 서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남녀고용평등법 조문을 인정하더라도 국장단 요구는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자료를 보완하라고 한 취지대로라면 “앞으로 돌봄휴직은 1인이 ‘24시간 전담’해 ‘온 가족을 대표’해서 가족을 돌보는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느냐”며 이는 ‘독박 돌봄’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어느 언론사보다 노동자 권리와 돌봄의 중요성을 보도했던 한겨레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믿기 어렵다”며 “한겨레가 추구해 온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사위원회의 재발 방지책 마련도 요구했다.
이주현 뉴스룸국장은 이미 18일 구성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ㄱ조합원이 저의 증빙자료 제출 요구로 상처 입으신 점 사과드린다”며 “회사의 건강한 조직 문화와 미래를 고민하는 구성원들께 심려를 끼친 것 역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또 “가족회의록이나 간병계획서를 요구한 것은 아니었으나, 본인으로선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가족회의‘록’이나 불필요한 계획‘서’를 증빙하라는 무리한 요구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서명을 주도한 익명의 직원은 동료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연명을 시작한 당일 뉴스룸국장의 ‘공개 사과’ 이메일이 갑작스럽게 발송됐다”며 “정작 당사자는 국장단으로부터 사과 한마디 전해 듣지 못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사과 의사를 당사자도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연서명 요청을 받아 본 기자들은 성명서 초안 작성자가 불이익이 있을까봐 신원을 노출할 수 없었던 데에도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휴직 반려 소식은 8일 한겨레 노보를 통해 알려졌다. 사측은 같은 날 최우성 사장 명의의 공문을 노조에 보내 정정보도를 요구하며 대립하기도 했다. 이틀 뒤인 10일 한겨레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휴직을 받아들일지 결정을 보류했다. 한겨레는 22일 다시 인사위를 열고 결정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