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이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고인들 모두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동일하게 적용한 검찰에 의문이 제기됐다. 같은 혐의를 적용하려면 피고인들 사이 공범 관계를 검찰이 입증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검찰은 김씨와 뉴스타파가 이른바 ‘허위 인터뷰’를 공모했다며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허경무 부장판사)는 22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뉴스타파의 신학림 전 전문위원,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예정이었는데 재판부는 이에 앞서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을 써가며 검찰이 적용한 혐의 등에 문제를 지적했다.
허경무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구성 요건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가 있는데 특이한 건 김씨가 신 전 전문위원에게 말한 건 2021년 9월로 정작 (인터넷에) 보도가 된 건 6개월 뒤”라며 더욱이 “김씨가 꼭 기사를 써 달라고 한 게 아니라 오히려 기사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허 부장판사의 지적은 신 전 전문위원이나 뉴스타파가 김씨와 허위 인터뷰를 공모한 정황이 없는데도 이들이 마치 공범인 것처럼 같은 혐의를 적용한 건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인터넷 언론사여서 정보통신망법을 적용할 수 있다. 김씨는 신 전 전문위원과 직접 만나 대화했기 때문에 뉴스타파에 명예훼손성 보도를 사주했거나 전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같은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앞서 기자협회보는 검찰이 김씨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잘못 적용하고 있고 무리해서라도 이렇게 하는 이유는 범행동기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의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8일 보도했다. 검찰이 김씨에게 형법상의 일반적 명예훼손을 적용하면 범행동기에 해당하는 ‘비방할 목적’을 법정에서 드러내 보일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재판에서도 검찰은 공소장이 수정됐는데도 범행동기가 여전히 너무 자세하다는 재판부 지적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에는 ‘비방할 목적’이 성립 요건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유착을 은폐하려 윤 대통령 명예훼손을 계획했다고 주장해 왔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공범으로 묶지 않고도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례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뉴스타파 측 변호인도 검찰이 공모 관계를 입증하지 않고도 지금처럼 같은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가능한지 문제를 제기했다. 허 부장판사는 “판례를 재판부에서 봤는데 논점이 좀 벗어나 있었다”며 "거기에는 저희가 부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평가했다.
검찰이 피고인들의 공모 관계 입증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김씨와 신 전 전문위원이 보도 시점을 조율한 증거가 있느냐”는 허 부장판사의 질문에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밝힐 수 있고 진술조서에도 포함된 부분이 있다"며 "지금 단계에서 일일이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기 때문에 앞으로 다 입증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앞으로도 당분간 범행동기를 주로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윤 대통령이 검사로 일하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무마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검찰은 공소장에 범행동기를 자세히 넣은 만큼 이재명 대표가 등장하는 이 부분을 먼저 다퉈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재판은 종일 남욱 변호사에 대한 검찰 측의 증인신문으로 진행됐다. 피고인들 측의 반대신문은 재판 날짜를 나눠 29일에 마저 이어진다. 재판부는 남 변호사 다음에 어떤 차례로 증인을 불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애초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의 핵심인 윤 대통령의 검사 시절 수사무마 의혹이 정말 허위인지 실체를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