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가 아시아를 넘어 미주·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관심을 끄는 가운데, 국내 미디어·플랫폼 기업이 중동지역으로의 시장 및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첨단기술과 미디어 도시로의 전환을 꿈꾸는 중동에서 우리 기업들이 주요 파트너로 주목받는 것이다.
중앙그룹은 9월23일 두바이 경제관광부와 콘텐츠 사업 협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지속 가능한 연례 사업을 모색하고 비즈니스 협업을 이어간다는 게 주요 골자다. 중앙그룹은 9월24일 보도자료에서 “이번 업무협약(MOU)을 통해 중앙그룹은 두바이를 중심으로 중동지역에 자사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면서 “JTBC 및 SLL 콘텐트의 직접 수출 이외에도 그룹이 주관하는 다양한 콘텐트 사업의 두바이 개최도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스포츠 사업 협력도 함께 한다. 국내 3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JTBC 서울 마라톤과 두바이 마라톤의 상호 교류를 도모하는 등 두바이의 핵심가치인 ‘웰니스(Wellness)’를 주제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함께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중앙 관계자는 기자협회보에 “중앙그룹에는 시장의 확장뿐 아니라 두바이라는 이국적인 요소와 그동안 노출이 적었던 중동을 대한민국과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기회를 찾는다는 것에 이점이 있고, 두바이 측에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통해 양질의 콘텐트를 안정적으로 수급해 도시 마케팅에 활용할 기회를 얻는다는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해 8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일곱 토후국 중 두바이 다음으로 큰 샤르자와 콘텐츠 공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MOU를 맺었다. “중동 미디어 시장에 맞는 맞춤형 한류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고, 샤르자 현지에 ‘미디어아트 뮤지엄’ 등을 조성해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샤르자 정부는 2017년 미디어시티를 조성하고 규제 완화와 면세 혜택 등을 내세워 해외 스타트업들을 유치하고 있다. MBC는 “이번 협약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관광산업의 시너지와 동반성장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매경미디어그룹도 샤르자 정부와 손잡았다. 매경그룹은 지난해 12월8일 매일경제신문이 샤르자 정부 미디어국과, MBN이 샤르자 방송청과 각각 MOU를 맺었다고 밝혔다. 콘텐츠 교류와 국제 행사 개최에 협력하는 것은 물론 인적 교류도 활성화한다. 매경은 “기자와 직원의 콘텐츠 제작역량과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아예 중동에 법인을 설립한다. 네이버는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중동지역 총괄 법인(가칭 NAVER Arabia)을 설립한다고 지난 9월 밝혔다. 네이버는 앞서 지난해 10월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억달러(1388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구축 사업을 수주해 수도 리야드 등 5개 도시를 대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세계를 디지털 세계에 쌍둥이처럼 구현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네이버 사옥(네이버 1784)엔 지난해부터 사우디와 샤르자 등 중동지역 핵심 인사들이 여러 차례 방문해 첨단기술을 체험했다.
네이버는 또 최근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과도 MOU를 맺으며 디지털 트윈에 이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저희는 맞춤형(AI)으로 가능하고 ‘원팀’으로 토탈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네이버 사옥) 현지에 자주 와서 보면서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