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기아 타이거즈가 통산 1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광주전남 매체들이 반색했다. 지역색이 강한 대표적인 종목에서 연고팀이 선전하며 대대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오랜 기간, 또 가까이서 야구단과 선수를 취재한 지역언론‧기자, 스포츠기자들의 감회나 에피소드도 화제가 되는 모양새다.
기아가 10월28일 통산 12번째이자 7년만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광주 홈에서 우승 축포를 쏘아올린 건 무려 37년만이었다. 광주일보, 광남일보, 광주매일신문, 남도일보, 무등일보, 전남매일, 전남일보 등 지역신문사들은 29‧30일 양일 간 관련 소식을 1면 톱에 배치하고 평균 2개~6개면을 할애하며 감독과 선수 이야기, 우승 역사 갈무리, 광주시민‧각계 인사 반응, 경제 특수 등 대대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특히 이날 주요 보도들은 야구란 스포츠가 한국에서 야구 ‘이상’으로서 지닌 면모를 한껏 드러낸 측면이 있었다.
큰 화제가 된 한명재 MBC스포츠플러스 캐스터의 “광주, 우리 시대에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습니다”란 우승 콜은 대표적이다. 지역신문에 일제히 담긴 ‘뜨거웠던 우리의 야구…호남에 위로를 던지다’(광주일보), ‘43년 야구명문…광주가 자랑스럽다’(남도일보), ‘V12 전설 쓴 KIA…“광주‧전남, 기죽지마”’(무등일보), ‘‘V12’ 역사 쓴 호랑이들…“광주‧전남은 행복합니다”’(광주매일신문), ‘“광주가 포효했다”...KIA, 7년만에 통합우승 V12 축포(광남일보)’ 등 기사제목도 같은 맥락에 놓인다.
기아의 우승 후 지역신문사들의 전화에 '불'이 나는 등 특수 아닌 특수도 벌어졌다. 광주일보는 29일자 신문을 5개면에 걸친 특집판으로 냈는데 이를 소장하려는 팬들의 문의와 방문이 본사, 지사, 지국으로 종일 이어지는 일을 겪었다. 매체는 30일자 기사에서 “전국에서 예약된 신문이 200여부에 달하고” “신문이 구해지는 대로 순차적으로 배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남도일보는 지난 8개월 간 유튜브를 통해 전지훈련부터 통합우승까지 여정을 전하며 누적 120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역방송사나 기자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2~3년 전부터 기아 타이거즈 야구단을 본격 담당하며 유튜브 채널 ‘야구인물사전’을 운영하고, 현재 기사도 쓰고 있는 박성열 kbc광주방송 기자는 “업무적으로 보면 인터뷰했던 선수가 잘 해서 뿌듯했고, 지난해 말 개설한 채널이 팬덤이 강한 구단의 성적에 비례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게 감사한 일로 다가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으로선 고맙다는 마음만 들었다. 야구를 일로 맡으며 더 좋아하게 된 쪽인데 7년 전 우승했을 땐 제가 20대였고 지금은 30대가 됐다. ‘야구와 함께 나이를 먹는구나’ 싶어 오묘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 담당, 특히 야구를 맡은 기자들은 포스트시즌 기간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한 쪽이었다. 보고와 지면용 발제, 온라인 기사 마감을 오전에 하고 오후 2시쯤부턴 덕아웃과 감독 취재, 인터뷰 등을 진행하는 게 오후 6시30분 경기시작 전까지 통상 루틴이다. 8회 정도부터는 경기결과 관련 지면 마감을 시작하고, 경기 후엔 수훈 선수나 감독 인터뷰 등으로 이어진다. 자정을 넘길 때까지 하루 4~5개 기사를 쓰는 게 보통이다.
선수나 감독, 구단과 오래 접촉할 수밖에 없는 빡빡한 일정 가운데 기아를 담당하는 김은진 스포츠경향 기자(경향신문 스포츠부)는 야구단 ‘징크스’의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숙소 귀가 중 발목을 삔 그는 오전 마감 등 바쁜 일정 탓에 다음날 곧장 야구장으로 향했고 1‧2차전 경기 전 트레이너에게 파스를 빌리려다가 테이핑을 받았다. 대구 원정경기인 3차전 땐 모두가 바빠 얘길 못했고, 이날 기아는 2승 후 첫 패를 안았다. 4차전 날 구단 홍보팀장이 ‘어제 테이핑했냐’고 물어봤다.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끌려갔고, 원정이라 핑크 테이프가 없어 ‘일단 검정 테이프로 하고 결과를 보자’는 말을 들었다.
김 기자는 “그때부터 ‘징크스로 보는구나’ 싶었다. 이날 기아가 이겼는데 5차전 광주 경기 땐 트레이너가 테이핑을 하자고 아예 기다리고 계셨다”고 했다. 지난해 LG에 이어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팀을 취재하며 바쁜 일정을 보낸 그는 “야구는 기록과 숫자의 종목이지만 긴 경기시간과 긴 일정, 기자들 접촉이 많은 특성상 선수들의 인성과 개성, 스토리들이 가장 많이 쌓이는 종목이기도 하다”며 “이런 이야기가 야구를 공놀이 이상으로 만들고, 그래서 재미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걸 취재해 전하는 게 제 일인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