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을은 속리산에서 색색으로 물들었다

[제30회 한국기자협회 회원 가족 문화탐방]

가을빛으로 물든 숲이 화창하게 빛났다. 전날까지 쌀쌀했던 기운이 가시고 날이 밝자 겉옷을 벗어도 될 정도로 포근했다. 2일 충청북도 보은군 속리산에서 제30회 한국기자협회 회원 가족 문화탐방(등반대회)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기자와 가족 600명이 모였다.

가랑비가 떨어지던 지난해 행사 때와 달리 맑은 날씨 덕에 해발 1033m 문장대 위에서는 먼 곳까지 겹겹이 펼쳐진 산맥이 한눈에 들어왔다. 산밑 법주사에서 세조길을 지나 세심정까지 계곡을 끼고 한 시간 정도 이어지는 길을 걷기만 해도 곳곳에 배어 있는 가을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2일 속리산 정상 문장대에서 내려다 본 풍경. /김동찬 파이낸셜뉴스 기자 제공

재작년과 작년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속리산을 찾은 김흥수 중도일보 기자는 올해는 장인, 장모에 처형네 식구까지 8명이 함께 왔다. 김 기자의 장인 남상하씨는 기자 사위 덕분에 30여년 만에 속리산에 왔다. 남씨는 “두 딸과 사위, 손주들과 함께라서 행복했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며 “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기분으로 오늘 저녁과 내일 점심은 내가 쏘겠다”고 웃었다.

김흥수 중도일보 기자(사진 맨 왼쪽) 가족이 2일 법주사 초입 속리2교에서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김성후 기자

정심교 머니투데이 기자는 어머니, 언니네와 가족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전날 밤부터 마음이 설렜다. 오전 9시에 서울에서 출발해 3시 반쯤 속리산에 도착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은 이유다. 특히 여섯 살 먹은 조카의 기막힌 표현이 피로를 날려버렸다. 빨갛게, 새빨갛게 물든 산을 바라보던 조카는 나무들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기자의 어머니 임애수씨는 “기자협회가 마련한 행사는 가족들과의 화목을 더 도탑게 한다”며 “속리산 오는 차 안에서 내년 1월에 일본이나 홍콩 쪽으로 겨울 여행을 가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기자(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가족이 속리산 단풍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심교 기자 제공

9월 말이나 10월 초면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클릭하는 게 일상인 기자들이 많다. 속리산 문화탐방 알림이 뜨면 바로 참가 신청서를 내는 기자들인데, 정운철 매일신문 아카이빙센터 부장도 한 명이다. 정 기자는 2005년부터 15년째 처가 식구와 함께 속리산을 찾고 있다. 그 세월만큼이나 속리산과 인연도 깊다.

정 기자의 장모는 “속리산에 오면 그렇게 좋아했는데…”하며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추억한다. 정 기자 가족은 올해 속리산 말티재 전망대에서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 기자는 “일에 빠져 힘들고 지칠 때 힐링이 필요한 데 그게 여행이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정서적 여유를 받는데 그게 우리 가족에게 속리산 문화탐방”이라며 “속리산 숲은 솔향기가 깊고 은은하며 단풍은 물이 잘 들어 색깔 자체가 질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정운철 매일신문 기자(사진 맨 오른쪽) 가족은 속리산 말티재 전망대에서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정운철 기자 제공

동료들과 속리산을 찾은 회원들도 있었다.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는 문화 분야를 함께 출입하는 임선희 충북일보 기자와 함께 산행했다. 이 기자는 “등반대회에 오면 다른 회사 동료들과 만나는 기회가 돼 거의 매년 참여하고 있다”며 “올해 24년 차인데 지금껏 20번 넘게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여러 지역의 기자들을 알게 됐고, 공동취재도 하며 가깝게 지내는데 속리산에서 자주 만나 반갑다”면서 “기자협회가 여러 행사를 하지만 등반대회는 지역 기자들이 회비를 낸 혜택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지효 중부매일 기자(오른쪽)가 임선희 충북일보 기자와 함께 법주사 돌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박성동 기자

한 회사에서 기자들이 단체로 참여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기자 19명이 참여해 회원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박소연 파이낸셜뉴스 지회장은 “원래도 참여하려는 수요가 높은데 올해는 제가 있는 부서에서는 단합대회를 겸해 단체로 참여했다”며 “오후에는 속리산에서 각자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 모이는 일정”이라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2022년 파이낸셜뉴스에 입사한 김동찬 기자와 동기 3명은 속리산 정상인 문장대까지 올랐다. 김 기자는 “입사 첫해에는 정신이 없었고 지난해에 처음 참여했는데 올해는 비가 와도 정상에 가자고 했다”며 “산을 좋아해 동기들과 1년에 서너 번 등산을 다니는데 속리산이 이렇게 좋은지 풍경에 놀랐다”고 말했다.

2022년 파이낸셜뉴스에 입사한 기자들이 속리산 정상인 문장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주원규 박문수 김동찬 서지윤 기자. /김동찬 기자 제공

기자가 된 지 만 2년이 된 신유미 뉴스토마토 기자는 어머니, 언니와 함께 속리산에 왔다. 신 기자는 “제가 늦둥이라 취업한 뒤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한다. 기자협회에서 기회를 마련해줘 고마운 마음”이라며 “내년에는 친구들이나 애인과 같이 오겠다”고 말했다. 등반대회는 꼭 가족을 동반하지 않아도 된다.

제30회 한국기자협회 회원 가족 문화탐방에 참여한 기자들과 가족 500여명이 충북 보은군 레이크힐스호텔 9층 대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 행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산행을 마친 회원 가족들은 오후 5시부터 레이크힐스 호텔 대강당에서 레크리에이션을 즐겼다. 경품 추첨 상품으로 각종 생활용품 외에도 아디다스 운동화, 운동복 상하의, 춘천 레고랜드 4인 가족 이용권 10매, 공기청정기 2대가 주어졌다.

속리산 산행을 마친 기자 가족들이 레크리에이션 행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가장 마지막 추첨으로 공기청정기를 받은 이재봉 전라일보 기자는 “지난해 침대 같은 상품을 못 받아 아쉬웠는데 올해는 이렇게 가족을 위한 상품을 받아 기쁘다”며 “매년 행사에 올 때마다 법주사에서 항상 가족 건강을 빈다. 다른 소망은 없고 올해도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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