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쌀쌀하다. 슬슬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든다. 이유는 매년 3월에 열리는 NICAR 콘퍼런스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NICAR는 ‘National Institute for Computer-Assisted Reporting’의 약자로, 미국탐사보도협회 IRE(Investigative Reporters and Editors)에서 주최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콘퍼런스다. NICAR에는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약 1000명이 모인다. 참가자들의 직군도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으로 다양하다.
NICAR의 매력은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기술을 배우는 다양한 실습 세션이다. 선거, 기후, 부동산 등 특정 주제의 데이터를 활용했던 후기, 데이터 기사를 데스킹할 때의 고민, 숫자를 활용해 글을 매끄럽게 쓰는 법 등 여러 주제의 세션이 열린다. 또한 행사 마지막에는 필립 메이어(Philip Meyer) 시상식이 열려, 훌륭한 데이터 기사에 대한 시상과 제작 후기를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다.
내년 NICAR에서 가장 기대되는 주제는 단연 ‘선거 데이터 시각화’다. 이는 필자의 주요 업무이기도 해서 매번 관심을 두고 듣는 세션이지만, 내년에는 특히 기대되는 이유가 있다. 11월6일 미국 대선이 치러지는데, 각 언론사에서 자신들만의 고민을 담은 선거 데이터 시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포털이 없어서 각 언론사 홈페이지로 독자들을 유입하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더불어 미국 대선은 선거인단을 통한 간접 선거로 진행되어, 개표 현황으로 선거 결과를 전망하기가 더 복잡할 수 있다. 언론사들은 이 복잡한 선거 데이터를 쉽고 직관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한다. 2020년 대선 때는 결과물만 보고 데이터 시각화 담당자들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유추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Lightening Talk는 NICAR의 하이라이트다. 발표자는 5분 내외로 NICAR 참가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발표한다. 신기술을 소개하거나 개인 프로젝트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가장 반응이 좋은 발표는 언론사에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데이터를 다루는 본인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들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청중들에게 깊은 공감과 큰 웃음을 준다. 웹 크롤링 과정에서 겪은 난관과 해결 방법을 포켓몬 카드에 비유하거나,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데이터 기자들을 위한 인체공학적 스트레칭 방법을 소개한 발표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NICAR는 매년 성황을 이루지만, 한국의 NICAR 격인 DJCON(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콘퍼런스)은 점차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행사 규모가 작아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주된 이유는 국내 언론 환경 변화뿐만 아니라 인적·물적 지원이 줄어들어 행사 준비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올해 DJCON은 11월29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행사를 준비하는 여러 선배들께 감사함을 느낀다. DJCON에서는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한다. 이렇게 서로의 성장과 도전을 독려하는 자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