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부실 수사에 가려진 채석장 중대산업재해

[제409회 이달의 기자상] 박기원 KBS창원 기자 / 지역 취재보도부문

박기원 KBS창원 기자

채석장을 달리던 차가 전복됐고, 타고 있던 2명의 가장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속도는 시속 10km, 떨어진 높이는 겨우 3m였습니다. 종잇장처럼 구겨진 차량의 감정은 진행되지 않았고, 심하게 훼손된 시신의 부검도 없었습니다.


‘공소권 없음’ 종결을 앞두고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건 유족들이었습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에 남은 CCTV 영상을 보지 못했다면, 그저 안타까운 교통사고로 남았을 사건입니다. 유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밤새워 CCTV를 돌려보고, 폐차장에서 고철로 변할 뻔한 증거를 붙잡았습니다. 부실 수사 의혹을 규명하는 데 취재를 집중했습니다. 전문가 자문과 CCTV 분석에서 돌들이 마치 총알처럼 날아가 차량과 사망자들을 덮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발파 때 최소한의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경찰은 재수사에서 ‘교통사고’가 아닌 ‘발파에 의한 안전사고’로 결론 내렸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지 두 달, 유족들의 의혹 제기는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는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채석장의 실제 주인을 찾는 고용노동부의 수사는 이제야 본격화됐습니다. 유족들은 여전히 CCTV 영상을 돌려보고, 사고와 관련한 서류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앞서 수사 기관의 불신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채석장의 실제 경영 책임자가 누구인지, 두 가장을 사망에 이르게 한 안전보건 체계에 문제는 없었는지 밝히기 위한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KBS의 보도가 이번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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