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정보공개 청구를 부당하게 거절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보를 제때 공개하지 않아 보도가 시의성을 놓치는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를 활용한 취재와 관련해 손해배상이 결정된 첫 판례다.
대구지방법원 제4민사소액단독(판사 주은영)은 대구광역시가 이상원 뉴스민 기자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7일 판결했다. 이 기자는 대구시가 ‘2024년 직원 동호회 지원계획 문서’ 공개를 부당하게 거부했다며 6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원계획 문서에는 홍준표 시장이 골프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며 지난해 처음 만든 공무원 골프대회의 예산이 담겨 있었다. 대구시는 “정보가 공개되면 공정한 업무수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며 비공개를 결정했었다. 공무원들의 동호회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국가배상에 대한 2000년 대법원 판례를 들며 비공개 결정에 조금 잘못이 있었다는 정도를 넘어 아예 객관적으로 정당하지 않아야 배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대구시가 주장한 바로 그 판례를 인용해 대구시가 명백히 부당했으니 배상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이 기자가 청구한 정보에 대해 대구시가 “비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비교적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공개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 일부러 정보를 숨겼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해 ‘2023년 직원 동호회 지원계획 문서’를 공개하라는 뉴스민의 청구를 거부했다가 이를 뒤집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을 받았다. 동호회 지원계획은 여태 공개 문서로 관리됐고 2023년 계획도 이전과 성격과 내용이 크게 다를 바가 없어 공개하지 못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동호회 활동이 위축된다고 볼 정황도 없었다.
대구시는 중앙행심위 판단 이후 3개월 만인 올해 1월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를 공개하지 않으면 매일 10만원씩 배상하라는 법원의 간접강제 결정을 받고서야 공개를 이행한 것이다. 뉴스민은 올해 2월에는 2024년 지원계획 문서를 청구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또 비공개를 결정했고 결국 뉴스민은 이번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알권리가 침해됐을 뿐만 아니라 이 기자가 언론인으로서 받은 업무적인 피해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를 제출받아 언론보도를 함에 있어 시의성이 떨어지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판시했다. 정보공개와 관련해 언론 피해를 인정한 첫 판례다. 정보공개법에는 공공기관이 일부러 부당한 비공개 결정을 하더라도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뉴스민을 대리한 강수영 변호사는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고 비공개하려면 법에서 정한 사유가 있어야 하지만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판결은 명백하게 무리한 비공개 결정을 하면 언론사에 손해배상 책임도 발생할 수 있음을 밝혀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13일 대구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안중곤 대구시 행정국장은 불필요한 정보 비공개로 행정낭비를 불렀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정보가 공개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비공개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됐지만 특별한 문제는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아직 판결문을 열어보지 못했다며 항소할지 곧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판결문은 7일 안에 열람해야 하고 그로부터 14일 안에 항소해야 한다. 중앙행심위는 대구지법의 판결 선고 전날인 6일 뉴스민이 올해 청구한 정보도 지난해와 같이 비공개가 위법하다고 다시 재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