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KBS가 정부의 수신료 분리 징수 방침을 비판하는 보도만 했다며 공정성 위반으로 법정제재를 의결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97%가 분리징수에 찬성한 대통령실의 국민참여토론 결과를 왜 인용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고 KBS는 신뢰하기 어려운 여론조사를 인용하면 방심위의 제재를 받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방심위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해 6월 방송된 KBS ‘뉴스9’과 ‘뉴스7 경남’에 각각 ‘주의’를 의결했다. 해당 방송들은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이 취임하기 전 보도됐다. 방심위가 정한 방송심의 규정에는 방송사가 자신의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일방적 주장만 전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재 의결에 앞서 이날 의견진술에 출석한 박효인 KBS 탐사보도팀장은 “이 자리에 오게 된 것이 송구하다”면서도 “하지만 수신료는 국민 대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보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 KBS의 입장을 떠나 EBS를 포함한 전체적인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다뤘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원들은 수신료 분리 징수의 장점과 정부 입장을 KBS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특히 “대통령실에서 국민참여토론 형식으로 의견을 받았는데 97%인 5만 6200여 건이 분리징수에 찬성하고 3% 정도가 반대했다”며 “왜 이런 부분을 자세히 소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박 팀장은 “국민참여토론은 결과와 중복투표와 표본추출 등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도 보도했었다”며 “방심위에서 인터넷 조사 수준의 여론조사를 인용하면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 걸 여러 번 봤는데 정부 조사도 같은 수준에서 인용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3월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국민참여토론 안건으로 ‘수신료 징수 개선’을 올려 97%가 찬성한 것을 근거로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 한전이 통합해 걷는 전기요금에서 수신료를 떼어내는 시행령 개정을 권고했다. 하지만 투표에 중복참여가 가능했고 여론조사의 기본 기법인 표본추출도 하지 않은 허술한 조사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그렇지만 대통령실에서 공식 발표한 자료인데 그 부분을 언급하는 게 좋았다”며 올바른 보도 방향을 일러주듯 말하기도 했다.
이날 방심위는 한강 작가 소설의 배경인 제주 4·3에 대해 남로당 무장대를 ‘무장대’라고만 언급한 10월14일 자 MBC 뉴스데스크에 관계자 의견진술도 의결했다. 무장대가 공산주의 세력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의견진술은 법정제재를 염두에 두고 방송사 측에 방어권을 주는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