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넷플릭스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 체결에 따른 실적 상승 기대감에 주식시장에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와중에 돌연 희망퇴직 시행을 공고했다. SBS의 희망퇴직 시행은 2021년 9월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SBS는 23일 만 50세 이상(시행일 기준) 직원들을 대상으로 ‘2024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부터 30일 오전 10시까지 딱 1주일간 신청받고, 30일 인사위원회 심의 및 확정을 거쳐 다음날인 31일부로 퇴직하는 일정이다. 노동조합에 희망퇴직 시행 계획을 사전 통지한 날로부터 실제 시행까지 약 보름 만에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초고속’ 일정이다.
SBS는 올해 8년 만에 적자가 예상되는데, 넷플릭스와의 계약으로 내년 실적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아예 적자 부담을 털고 가기 위해 연내 희망퇴직 시행을 서두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SBS는 지난 5월 ‘위기 대응’ 차원에서 조직을 슬림화하는 조직개편을 한 데 이어 6월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으며, 10월엔 임원진 급여 일부를 삭감하고 전 직원에 연차소진을 요구하는 등 비용 절감을 지속 추진해왔다.
SBS는 이날 올린 사내 공지에서 “우리를 둘러싼 방송 산업의 환경은 디지털 전환과 플랫폼 중심의 시장 재편이라는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직원 여러분들의 안정적인 미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2024년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희망퇴직제도는 과거에 실시했던 제도들보다 실질적이고 수준 높은 보상안들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와 같은 수준의 희망퇴직 보상조건을 앞으로는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조건은 △희망퇴직금 △자녀 학자금 △조기퇴직 격려금 △명예승진(1개 직급) 등으로 구성되며 실업급여 수급도 가능하다. 희망퇴직금은 만 56~59세 직원은 현재 임금 기준 만 60세 정년까지의 기대임금 전액을, 만 50~55세 직원은 현 기본급 50개월분을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조기퇴직 격려금을 정년까지 남은 햇수에 550만원을 곱한 만큼 지급한다. 학자금도 실제 비용 기준으로 자녀 수 제한 없이 지원한다.
인사팀에서 공지한 희망퇴직 시뮬레이션을 보면 가장 혜택이 커 보이는 만 56세 직원이 대학생 자녀 1명과 고등학생 자녀 1명이 있는 경우 희망퇴직금 약 3억8000만원에 자녀 학자금, 조기퇴직 격려금, 실업급여 등을 포함해 총액 4억5500만원 정도를 수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 사측은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데 있어 실질적이고 든든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보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SBS 희망퇴직은 2016~2017년과 2019년엔 47세 이상, 2021년엔 45세 이상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만 50세 이상이 대상이 된 건 2015년에 이어 9년 만이다. 이번 희망퇴직 신청이 가능한 대상자는 330명 정도로 알려졌다.
한편 SBS가 지난 20일 넷플릭스에 향후 6년간 콘텐츠를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리포트에서 “시가총액 1.5조원도 가능한 수준”의 “역대급 계약”이라 평하며 “콘텐츠 투자 계약은 6년간 1조원 이상, 영업이익 증분은 연간 400~5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