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명태균씨와의 통화에서 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김영선 공천을 직접 얘기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23일 KBS 단독 보도다. KBS는 이날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통화 내용을 검찰이 확인한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날 KBS ‘뉴스9’는 해당 통화 녹취 보도를 첫 순서로 세 꼭지 연속 보도했다. 9월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가 시작된 뒤 KBS가 관련 보도를 9시 뉴스에서 톱 뉴스로 내보낸 건 이번이 네 번째인데, 앞서 세 번은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검찰 수사 소식 등을 단건으로 보도하는데 그친 바 있다.
KBS는 그동안 명씨 논란과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극적인 보도 태도로 일관해왔다. 대다수 언론이 ‘명태균 게이트’ 취재에 달려들 때도 KBS는 기자들의 TF 구성 요구조차 뭉개며 사실상 KBS창원총국에 관련 취재를 전담시켜 왔다. 11월12일 명씨가 창원국가산업단지 관련 인사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녹취를 단독 입수했을 때도 이를 여섯 번째 순서로 밀쳐놓고 배아줄기세포 이식 관련 뉴스를 톱으로 보도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명태균 관련 소식을 어떻게 해서든 톱에 배치하지 않겠다는 KBS 보도국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배경에서 KBS가 이미 내란죄로 수사 및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천 개입 보도를 톱으로 연속 세 꼭지 내보낸 것은 이례적이라 볼 수 있다.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을 ‘조그만 파우치’로 축소 포장, ‘용산’의 눈에 들어 KBS 사장 자리를 꿰찼다는 평을 받는 박장범 사장 취임 후 이런 변화가 맞물렸다는 점도 관심을 끈다. 압도적인 불신임 속에 취임한 박 사장은 임명동의제를 생략한 채 보도국장 등 주요 인사를 강행하며 반발을 샀지만, 신임 보도국장이 기자들의 요구를 받아 탄핵 관련 특별취재팀(TF)을 꾸리는 등 일부 변화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창원서 보도 주도…“尹, 윤상현 공관위원장 알고 있었다”
한편 KBS 23일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명씨가 제출한 휴대전화 3대와 USB 1개에서 민주당이 10월 말 공개한 윤 대통령의 ‘김영선이 좀 해줘라’ 발언이 포함된 통화 녹음의 원본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KBS가 확인한 녹취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전날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의원 공천을 주라고 처음부터 말했지만 당내 반대가 강하다고 설명한 뒤 명씨의 거듭된 요청에 윤상현 의원에게 한 번 더 얘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통화 40여분 뒤엔 김건희 여사가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걱정하지 말라’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라’고 거듭 안심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제외하고 김 여사와 명씨간 통화 내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KBS는 전했다.
KBS는 이 같은 내용이 11월7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밝힌 것과 상반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2년 전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이 윤상현 의원인지도 몰랐다며,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취가 ‘짜깁기’ 혹은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KBS는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확보한 명 씨와 이준석 당시 당 대표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는 거명된 인물과 전략 공천 언급까지, 이번에 KBS가 확인한 통화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며 “당시 당내 여론조사 3위였던 김영선 전 의원의 전략 공천 배경에 윤 대통령 부부가 있었다는 의혹이 점점 짙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보도는 KBS창원의 이형관·손원혁·윤경재 기자가 맡아서 했다.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등 명태균 게이트 관련 수사는 창원지검 전담수사팀에서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시민단체 등에 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