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 '계엄방송' 거부한 자막 담당자 해고 철회해야"

26일 이용우·이기헌 의원, 엔딩크레딧 부당해고 철회촉구 기자회견
언론연대 "국정홍보채널이니 위헌적 계엄도 홍보? 존재 이유 뭔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KTV(한국정책방송원)가 12·3 비상계엄 당시 대통령실, 정부 입장만 자막으로 넣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거부한 프리랜서 직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이기헌 의원과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은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V에서 발생한 부당해고 사건은 불법적인 계엄 내란에 동조하는 행위이자 부당지시에 맞선 노동자에 대한 치졸한 보복”이라며 “부당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이기헌 의원과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은 지난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KTV의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지난 3일 비상계엄 당시 KTV는 자막을 담당하는 프리랜서 지교철 씨에게 정부 쪽 입장만 넣고 계엄조치를 비판한 정치인 발언 등을 빼라고 지시했다. 이기헌 의원실에 따르면 당시 삭제 지시가 내려온 자막은 “국회,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국회의장, ‘국회,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 조치’”, “이재명, ‘위헌적 계엄선포...국민 여러분, 국회로 와달라’”, “한동훈, ‘계엄선포 효과 상실...군경 공권력 행사 위법’” 등이다.

4일 오전 KTV는 부당하다며 지시를 따르지 않은 지씨에게 ‘다음달 2일 개편이 있으니 다시 지원서를 내고 면접을 보라’고 통보했다. 2013년부터 프리랜서 신분으로 자막을 담당해 온 그를 갑작스레, 사실상 해고한 셈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씨는 “프리랜서로 일하는 10여년 동안 계약서를 형식적으로 써오긴 했지만 갑자기 개편 때 지원서를 다시 내고 면접까지 보라는 것은 사실상 해고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고 했다. 그러면서 “KTV는 프리랜서라는 편법 계약을 해왔다”며 ”부당한 고용 형태를 지속해온 것이 저의 부당해고로까지 연결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우 의원은 이날 “지씨는 소위 무늬만 프리랜서, 사실은 노동자로서 아주 장기간 일했다. KTV의 업무상 지휘 감독 아래, KTV가 정하는 업무를 그대로 수행해 온 노동자”라며 “정당한 권리가 보장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부당한 이유로 하루아침에 일자리에서 쫓겨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이런 부분들이 신속하게 시정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책임을 묻겠다”고 부연했다.

이기헌 의원은 “KTV는 윤석열의 계엄 선언을 10여차례 걸쳐 반복해 내보내고, 노상원이 만들었다는 무시무시한, 말도 안 되는 포고령을 계속 방송하면서 계엄군이 국회 유리창을 깨며 뛰어다니는 모습, 국회의장이 국회의원 190명과 함께 계엄을 해제하는 장면은 일체 내보내지 않았다. 국민들이 저항하는 모습도 일체 내보내지 않았다. (중략) 문체부 감사에서도 지적되겠지만 민주당에서도 고발조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민주당은 해당 자막의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은우 KTV 원장을 내란선전 혐의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이 원장은 지난 20일 국회 문체위 긴급현안질의에서 “KTV는 행정부를 대변하는 방송”이라며 “(자막이) 정부 정책방송의 기조와 전혀 안 맞는다”고 해명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는 모습이 KTV를 통해 중계되는 모습 /뉴시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KTV가 문체부의 지원을 받아 “정부의 주요 정책이나 국정 현안을 홍보하는 채널”이 맞다면서도 “이 말이 곧 정부의 부당한 정책도 그대로 전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언론연대는 “방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KTV의 책무 또한 정부 정책 홍보를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KTV CS헌장)는 데에 강조점이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공정하고 균형 있는 방송으로 사회통합 등 공공채널로서의 책무를 다해 나가겠습니다’라는 성실의무를 약속하고 있다”며 “지교철 씨의 행보 어디에도 여기에 어긋남이 없다. 오판을 한 건 이은우 원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2023년 대통령 관저 이전에 민간인 개입 의혹을 제기한 뉴스토마토 측에 영상자료 제공 중단, 2024년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대국민 합창 무대 영상’ 풍자 유튜버 형사 고소, 최근 ‘김건희 황제관람’ 국악 공연 논란 등 윤석열 정부 이후 KTV를 둘러싼 논란을 제시했다.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이번 비상계엄 당시 계엄방송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최재혁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관련 논란도 거론했다. 최 비서관은 2022년 12월, 윤석열 정부에서 10여년 만에 부활한 ‘KTV 방송기획관’직에 서류 심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고도 채용돼 논란을 빚었다. KTV에서 ‘김건희 황제관람’ 공연을 기획했고, 직후 대통령실로 영전했다는 관련 기사가 나오기도 했던 인물이다.

언론연대는 “KTV는 정부의 직접 지원 ‘국정홍보’ 채널로 그동안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의 교체에 따라 전리품처럼 보은 인사로 채워져 왔던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 연장선상에서 윤석열 비상계엄을 앞장서 중계하고 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해고라는 비극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제는 KTV의 유용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증폭되고 있다”며 KTV의 존재 의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안타까운 건, KTV 내부에서 일련의 사태와 관련한 응집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정홍보채널’이니 윤석열의 위헌적 계엄도 홍보하는 게 맞다고 보는 것인가. 지교철 씨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보는 것인가. 만일, 그렇다면 KTV는 방송으로써 존재하지 않는 게 공동체에 더 큰 이익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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