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신문 좀 보시라고요!" 동아일보 대기자의 호소

김순덕 고문, 2주 연속 칼럼서 대통령 향해 "신문·사설 읽으라" 강조

동아일보 김순덕 고문의 24일 칼럼 제목.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되는 순간까지도 측근들에게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다는 윤석열 대통령. 현직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수사까지 받는 상황에도 당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두 사람을 향해 동아일보 대기자가 ‘이게 다 신문을 안 봐서’라며 “신문 사설만 봤어도 이 지경까진 안 됐다”고 일침을 날렸다.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고문은 24일 기명칼럼 ‘김순덕의 도발’을 통해 신문을 읽지 않는 듯한 이들을 향해 격정의 언어를 쏟아냈다.

김순덕 고문은 이날 칼럼에서 “‘윤석열 사태’를 겪으며 제일 억장 무너지는 일 중 하나가 윤 대통령(이하 경칭 생략)이 신문을 안 본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윤 대통령의 ‘유튜브 사랑’과 21일 헌법재판소에서 “국회와 언론이 대통령보다 훨씬 강한 초 갑(甲)”이라고 한 발언을 두고 “앞뒤 안 맞는 소리가 한두 번도 아니지만 참담하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라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요즘 신문 안 보는 이가 적지 않”지만 “그러나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24년 1월1일부터 12·3 사태 전까지 동아일보 사설을 찾아봤다”며 “제목만 훑어봐도 가슴이 무너진다. 대통령이 그때그때 사설을 보고 손톱만큼이라도 반응했다면, 이 지경까진 안 왔을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 다음날인 4월11일자 동아일보 사설.

김 고문은 “어떤 측근도, 심지어 충신도 대통령에게 ‘NO’ 하긴 어렵다고 한다. 격노와 버럭이 일상인 윤석열 앞에선 더욱 그랬을 것”이라며 “그걸 두려움 없이 업(業)으로 하는 이들이 논설위원이고 그 결과가 신문 사설”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아일보는 진보 성향의 한겨레신문처럼 윤석열 정부를 비판한다 해서 ‘동겨레’라고 불릴 정도로 윤 정부에 쓴소리를 해왔다. ‘김건희 리스크’, ‘불통과 독선’, ‘명태균 게이트’ 등에 잇따라 경고의 목소리도 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새겨듣기는커녕 부정선거를 내세워 불법계엄을 선포했다. 김 고문은 “‘부정선거 계엄’이란 핑계가 아닌가? ‘김건희 특검’ 막으려 계엄했다고 알려지면 얼마나 X팔리겠느냐 말이다”라며 “부정선거를 들먹인 덕분에 직전까지 떠들썩했던 김건희 국정개입-명태균 게이트까지 쏙 들어가고 말았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 신문 사설이 대통령만 비판한 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해서도 따박따박 썼다”고 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당 지지율이 낮게 나오는 이유를 분석하라고 했다는 걸 가리켜 “이재명 역시 신문도 안 보는 게 분명하다”면서 18일자 사설 <39% 대 36%…홀로 과속하다 지지율 역전당한 野>를 줄까지 쳐가며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재명도 괜히 당 지도부나 괴롭힐 게 아니라 이제라도 사설을 읽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순덕 고문이 줄까치 쳐가며 소개한 동아일보 18일자 사설.

김 고문은 1주일 전 칼럼에서도 ‘제발 신문을 읽으라’며 격정 호소를 한 바 있다. 그는 17일 <‘위조 민주주의’에 취했던 대통령 윤석열>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정파 따라 믿는 음모론도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팟캐스트, SNS 링크 및 유튜브를 더 많이 본다는 거”라며 “그러니까 제발 종이신문을 보시라는 것이어요ㅠ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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