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시간' 폭력사태 재연 우려... 취재진 안전 보장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오는 25일 마지막 변론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또한 헌재는 내일(24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 등 검사 3명을 심문한 뒤 변론을 종결한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안내 스크린에 변론 목록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절차가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그에 따른 긴장도도 올라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당일 폭력 사태를 우리는 이미 겪은 바 있다.


2017년 3월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집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 취재기자, 사진기자, 촬영기자, 오디오맨, 인턴기자 등 20여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매체를 가리지도 않았다.


탄핵 인용 선고 후 흥분한 일부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은 기자만이 아니라 같은 시위 참여자로도 향했다. 그 결과 당시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3명이 숨지는 불행한 일까지 발생했다.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지지자를 선동하고 있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받아왔다. 근거는 주로 ‘부정선거 음모론’, ‘중국 음모론’과 같은 가짜뉴스였다.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여당 일각에서도 이에 발맞춰 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법치와 민주주의를 존중하지 않겠다는 선동의 결과는 벌써 목격했다.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이들이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을 일으켰다. 윤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은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순식간에 둘러싸여 구타를 당했다. 한 명이 나를 넘어뜨리고 구타하고 발로 뒷목을 가격했다.” MBC 영상기자의 피해 증언은 끔찍하다.


폭력은 그 자체로 나쁘다. 이 단순 명제에도 설명이 필요한 시절이다. ‘폭력은 나쁘지만 피해자(법원)도 자신을 되돌아야 봐야 한다’는 주장이 버젓이 나오는 상황도 짚어야 한다. 이런 이야기를 방치하면, 언론에 대한 폭력 또한 같은 논리를 맞닥뜨리게 된다. 폭력은 나쁘지만 언론 보도도 문제가 있지 않았냐는 얘기는, 결국 맞을 짓을 했다는 식으로 언제든지 발화될 수 있는 궤변이다.


우리는 현장 취재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당연한 주장을 하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다. 그럼에도 다시금 강조한다. 역사의 현장을 가장 앞자리에서 지키는 기자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건 그날 집회·시위에 나온 모든 시민이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탄핵 선고 당일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경찰에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또한 폭력 가담자에 대해서는 엄단을 해야 한다.


각 언론사에서도 현장 기자에게 무리한 지시는 삼가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담고, 한 명이라도 더 취재하고 싶은 갈급은 현장 기자가 제일 클 것이다. 그런 그들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면 이를 존중해야 한다. 왜 이렇게밖에 취재 안 해왔냐고 타박하거나, ‘내가 현장을 누빌 때는…’이라는 말도 적절치 못하다. 폭력적으로 돌변할 수 있는 역사의 현장을 누빈 경험을, 하나의 무용담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서도 안 된다.


이미 겪은 불행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은 묵인과 다를 바 없다. 누구도 다쳐서는 안 된다. 취재진의 안전은 그 사회에서 언론이 어떤 취급을 당하는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미 1·19 서부지법 폭동을 겪은 방송기자연합회과 한국영상기자협회는 1월22일 취재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202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언론인들은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현장을 향할 것이다. 이를 위한 시스템의 뒷받침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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