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다는 전망이 나오며 방송사·신문사들은 선고 당일 특보 편성, 특별판 발행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핵 심판 변론이 끝난 지 오늘(12일)로 15일째에 접어든 상황, 지금까지 언론은 선고기일 전망과 남아있는 변수, 반복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평의 과정 등을 보도하며 헌재 소식을 시시각각 전하고 있다. 선고가 이뤄질 당일, 헌재 상황을 전하는 취재진도 대규모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며 탄핵 심판 선고가 늦춰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나 당초 헌재 선고는 변론 종결 후 2주간의 숙의를 거친 뒤 선고했던 두 대통령 전례에 비춰 14일 금요일이 유력했다. 지난해부터 토요판 발행을 중단했던 경향신문, 한겨레 등 신문사들도 예상 선고일에 맞춰 15일 토요일자로 특별판 신문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7일과 14일 두 차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때에도 이들 언론사는 토요일자 호외(특별판)를 찍어 여의도 촛불집회 현장 등에 배포한 바 있다.
김준기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원래 신문이 안 나오는 날이긴 하지만, 14일 선고라면 다음 날 신문을 제작하지 않을 수 없다. 매수는 평소보다 적겠지만, 정식 지령의 지면을 만들려고 한다”며 “얼마 전 인사를 통해 법조팀 인력을 기존보다 2명 추가했고, 정치부 인력도 보강했는데, 선고 당일 취재는 이들 인력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에선 선고 당일 아침부터 밤까지 뉴스특보를 통해 전 과정을 생중계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당시에도 지상파3사 등 방송사들은 이른 아침부터 헌재 탄핵심판 생중계 및 특집뉴스를 편성하고, 메인뉴스 이후엔 탄핵심판 결정에 대한 긴급대담을 뉴스특보로 전한 바 있다.
김우식 SBS 보도국장은 “선고 날짜가 나오지 않아 특보 관련 편성 측과 논의를 아직 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2017년 탄핵 선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 종일 방송을 하게 될 텐데 사회부, 정치부 등의 모든 인력을 투입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MBC 관계자도 “현직 대통령 탄핵과 파면 여부는 국가적 관심사이자, 중요한 국민의 알 권리인 만큼 뉴스 특보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며 “아직 확정된 편성 계획은 없지만 과거 탄핵 시 방송 사례를 참고하며 보도와 편성 부문이 내부 논의 중”이라고 했다.
신문사들은 선고 당일 유튜브 라이브 등 영상 제작에도 공들이는 분위기다. 이미 계엄 선포 직후 국회 현장, 탄핵소추안 가결, 윤 대통령 체포 과정 등에서 언론사 대부분이 실시간 라이브, 영상 콘텐츠로 뉴스를 전했다. 특히 오마이뉴스의 오마이TV 등은 레거시 방송사를 뛰어넘는 라이브 동시접속자 기록을 세운 바 있다. 한겨레는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해설을 곁들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고, 경향신문은 유튜브 채널 ‘경향식 뉴스토랑’을 담당하는 뉴콘텐츠팀 기자가 선고 현장에서 취재를 계획 중이다. ‘김은지의 뉴스IN’ 유튜브 라이브를 이어가고 있는 시사IN도 마찬가지다.
변진경 시사IN 편집장은 “선고 당일 안전 문제로 헌재 앞이 될지 국회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가급적 스튜디오가 아닌 현장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생중계하기 위해 담당 제작진이 준비를 하고 있다”며 “정규 방송 요일과는 상관없이 선고일이 언제가 되든 방송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선고 당일 시위대가 대거 몰릴 헌재 인근과 광화문 현장에 있을 취재진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10일 서울경찰청은 탄핵 심판 선고일에 헌재가 있는 서울 종로구와 중구 등 도심 일대를 ‘특별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경찰이 최고 비상 단계인 ‘갑호 비상’ 발령을 논의하고 시위대가 습격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언론사 등에 경비 태세를 강화할 계획이라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언론사에선 자체적으로 사옥 경비를 점검하거나, 관할 경찰서에 경비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시위 현장 등 위험 지대 최소 인력 투입을 위해 영상 기자 풀(POOL)단 구성을 논의 중인 KBS, MBC, SBS, YTN, MBN 등 5개 방송사에선 선고 일자가 나오면 한 번 더 사회부, 영상취재 데스크 간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진다.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극심한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막중한 가운데 선고 당일은 물론 결정 이후에도 ‘사회 통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뉴스룸의 고민도 크다. 이주현 한겨레 편집국장은 “2017년과는 다르다. 그때는 승복하는 게 굉장히 당연하게 여겨져 선고 이후 그 자체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정치 분열과 그 지지층이 극단적인 상황에 있다”며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것, 그다음 이 갈라진 것들을 어떻게 통합하고 사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지 민주주의의 회복에 대해 준비를 해야 될 것 같다. 선고 결정에 따라 대선 이후 과제까지도 내다보는 메시지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