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한덕수 총리 탄핵 기각… 윤 대통령 탄핵심판 향방 '시계제로'

[윤 대통령 선고, 4월로 넘어가나]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재판관 6인 '계엄방조' 인정 안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한덕수 국무총리가 87일 만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복귀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12·3 비상계엄을 방조했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12월 탄핵소추 됐지만 헌법재판관 다수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가 파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관들은 최대 관심사였던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과 관련해선 이번 사건에서 판단하지 않았다. 언론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일정과 결과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직으로 복귀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위원간담회에 참석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헌재는 24일 재판관 8명 중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의 의견으로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문형배 등 6명의 재판관은 한 총리가 계엄 선포를 공모·방조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에서 “한 총리는 계엄을 선포하기 약 2시간 전에야 계획을 듣게 됐을 뿐”이라며 “계엄 선포를 건의하거나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 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계엄의 위헌·위법성과 관련해선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최대 관심사였던 계엄에 대한 판단이 누락되며 언론사들은 탄핵 선고의 향방이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같은 중요 사건 선고에서 재판관들이 ‘교통정리’를 하지 않고 각자 소신에 따라 의견을 낸 건 예상 밖이라는 평가”라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결과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KBS 역시 13일 선고된 최재해 감사원장과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언급하며 “일부 재판관이 세부 쟁점에 대해 별개 의견을 밝히긴 했지만 결론인 ‘주문’만큼은 재판관 전원이 일치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오늘 재판관 의견은 여러 갈래로 갈린 만큼 윤 대통령 사건에선 전원 일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사는 결정문 속 표현에 주목하며 향후 판결을 가늠하기도 했다. JTBC는 “헌재는 결정문에서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에 국무위원들이 모인 것을 두고 ‘회의’ 소집이란 표현을 쓰면서, 국무회의라고는 지칭하지 않았다”며 “헌재가 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정상적 국무회의라고 보지 않아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다만 계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헌재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아전인수식 해석은 자중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25일 사설에서 “재판관의 성향과 법리를 근거로 다양한 추론은 할 수 있겠지만,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대한 결정과 연관 지어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혼란과 반목만 부추기는 꼴이다. 곧 있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 우리 사회가 성숙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헌재 결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지금은 한 총리 사건에서 나타난 헌재의 의도와 판단을 멋대로 해석해 윤 대통령 사건을 예단할 때가 아니”라며 “결정 의미를 되새기면서 윤 대통령 선고를 차분히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언론사들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에도 주목했다. 조선일보는 “헌재는 24일 오전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한 뒤, 오후부터 다시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사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법조계에선 ‘아직 평결에까지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 선고가 이번 주에 이뤄진다면, 28일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선고 시기가 4월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언론사들은 헌재가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 사건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헌재가 독립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나오고 있다”며 “헌재는 지금까지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16명의 증언을 들었고, 수사기관의 조서 등 다양한 자료도 확보한 만큼 재판관들이 판단을 내릴 근거는 충분하다. 더 이상 선고를 미룰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신문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한 총리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헌재는 더 이상 국민을 실망시키지 말고 지체 없이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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