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가짜 출근부대’를 보도한 한겨레 기자에게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다. 취재를 위해 건물 옥상에 올라간 점은 여전히 건조물 침입죄가 되지만 건물 소유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재판에 넘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20일 김채운 한겨레 기자를 기소유예 처분했다. 경찰이 지난해 11월27일 김 기자를 단 한 차례 조사한 뒤 바로 다음 날 건조물 침입 혐의로 송치한 지 4개월 만이다. 김 기자는 11월11일 윤 대통령이 상습적인 지각을 숨기려 위장 출근부대를 보낸다는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 인근의 6층짜리 건물 옥상에 올랐다가 입건됐다.
검찰은 피해 회사 직원이 옥상으로 가던 김 기자를 발견해 경비원에게 알린 점을 보면 ‘사생활의 평온’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건물 소유주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고려했다고 결정문에 썼다. 건조물 침입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김 기자는 “검찰은 옥상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된 것처럼 주장하는데 당시 옥상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건물주가 혼자 쓰는 공간이라거나 한 점을 전혀 눈치챌 수 없었다”며 “몇 분 머물다가 내려갈 때 뒤따라 올라온 경비원이 나가 달라고 해 바로 응했다”고 말했다. 옥상 출입문에 출입금지 표지가 있었지만 문이 젖혀져 있어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건물 1층에서 김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경찰은 처음부터 건조물 침입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군경의 행렬을 촬영하면 불법이라고 했다가, 대통령 관저 촬영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 기자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찍은 사진이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설령 출근 행렬을 촬영했더라도 대통령경호법 위반은 되지 않는다.
당시 현장에 온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김 기자에게 취재에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형사과장은 “기자 놀이, 영웅 놀이 하고 싶나 본데 큰일난다”거나 “이러면 나중에 결혼도 못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을 취재하려다간 큰 죄가 되니 장래가 막힐 수 있다는 취지였다.
기소유예는 ‘죄가 있지만 검찰 선에서 봐주겠다’는 의미로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싶은 피의자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하지만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정식 재판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재판받을 권리 침해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한겨레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한겨레는 윤 대통령의 가짜출근을 지난해 12월11일 첫 보도했다. 윤 대통령은 오후가 돼서야 출근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11월부터 18일 동안 지켜본 결과 한겨레는 이런 정황을 적어도 세 차례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