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검은 재가 스며든 깊고 거친 손. 경북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피해 주민의 손이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엔 무너진 집터와 창고의 잔해, 그리고 그 속을 조용히 헤집는 그의 손만이 남아 있었다. 맨손으로 잿더미를 정리하고 잔불을 끄는 모습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등이 굽은 여든의 노인은 불에 녹아 찌그러진 고무대야와 양동이에 수돗물을 퍼 담아 끝까지 잔불을 껐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지만,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걸 어쩌겠어요.” 담담한 말끝엔 씁쓸함과 체념, 그리고 어쩌면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이 두 손으로 삶을 일궜던 그는 이제 또다시 그 위에 삶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