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197) 잿더미 위에서 다시 삶을 일구리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검은 재가 스며든 깊고 거친 손. 경북 산불 현장에서 만난 한 피해 주민의 손이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엔 무너진 집터와 창고의 잔해, 그리고 그 속을 조용히 헤집는 그의 손만이 남아 있었다. 맨손으로 잿더미를 정리하고 잔불을 끄는 모습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등이 굽은 여든의 노인은 불에 녹아 찌그러진 고무대야와 양동이에 수돗물을 퍼 담아 끝까지 잔불을 껐다. 삶의 터전이 사라졌지만,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된 걸 어쩌겠어요.” 담담한 말끝엔 씁쓸함과 체념, 그리고 어쩌면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가 묻어났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이 두 손으로 삶을 일궜던 그는 이제 또다시 그 위에 삶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로, 이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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