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수첩에 ‘국회 봉쇄’라는 표현이 있었고,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으로 적시했다. 이들에 대한 수용 및 처리 방법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등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단 관계자가 지난해 12월23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기자들이 해당 내용을 전혀 몰랐던 상황에서 불쑥 나온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수거 대상은 누구인지, 이들을 처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후속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사흘 뒤 노상원은 송치됐고 수첩도 함께 검찰로 넘어갔습니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지만 취재가 제한되면서 이후 노상원 수첩에 관한 관심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송치 직전 브리핑에서 수첩 내용 일부를 알렸던 경찰의 의중을 두고두고 곱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수첩을 봤을 법한 취재원들을 설득했습니다. 기어코 직접 찾아갔지만, 여러 차례 거절당했습니다. 그사이 검찰은 지난 1월10일 노상원을 기소했습니다. 공소장에 수첩 내용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 무렵 취재원들에게서 기류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노상원 수첩이 이대로 묻힐 수 있겠다는 우려 때문인 듯했습니다. 그 틈을 파고들었고 취재원들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2월6일, 노상원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수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지렛대 삼아 취재원들을 강하게 설득했고 결국 노상원 수첩 전문을 취재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보도가 조금이나마 의미가 있었다면 온전히 그분의 결단과 용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