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서 중국 혐오 부추겨" 비판에... EBS 영상 삭제

과거 다큐 재편집, 유튜브 올리며 자극적 제목·썸네일
언론·인권 등 18개 단체 "사과하고 재발방지해야"

교육 공영방송 EBS가 유튜브에서 중국 혐오를 부추기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과거 방송됐던 다큐멘터리를 유튜브 채널에 재업로드하는 과정에서 조선족과 중국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썸네일, 표현 등을 사용했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등 18개 언론·인권·이주민 단체들은 17일 공동성명을 내고 EBS가 유튜브 조회수를 챙기기 위해 중국 혐오 콘텐츠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EBS가 과거 방영된 다큐에서 조선족 범죄 관련 내용을 재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한 영상이 조선족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현재는 확인할 수 없다.

성명에 따르면 EBS는 지난 13일 유튜브 채널 ‘EBSDocumentary(EBS다큐)’에 ‘오늘도 칼부림이다.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범죄의 모든 것|한국 경찰 무서운 줄 모르는 중국인들의 난동|사선에서|#골라듄다큐’라는 제목의 콘텐츠를 올렸다. 해당 영상은 이틀 만에 13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고, 6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해당 콘텐츠는 EBS의 종영 프로그램 <사선에서> 방송분 등을 재편집한 것인데,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기면서 이처럼 자극적인 제목이나 썸네일 이미지 등을 사용했다는 게 단체들의 지적이다. 애초 2015년 10월29일 <사선에서>에서 방영된 ‘밤의 파수꾼, 기동순찰대’ 편은 영등포 경찰서 기동순찰대를 배경으로 ‘행인 간에 벌어진 폭행 현장’, ‘술에 취해 길에 누워 있던 인명 구조 현장’, ‘유기견 구조 현장’ 등 다양한 사건 현장을 담았다.

해당 방송분은 2020년 7월10일 ‘EBSCulture(EBS 교양)’ 채널에 처음 업로드됐다. 당시엔 원제 그대로였고, 416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4년 뒤인 2024년 8월 EBS다큐 채널에 다시 업로드되면서 ‘범죄도시 실제 배경, 조선족들의 성지, 대림동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란 제목이 달렸다. 이 또한 150만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8개월 만인 지난 13일 다시 해당 영상을 올리면서 ‘오늘도 칼부림이다’로 시작하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단체들은 “더 높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국인 혐오를 자극하고, 반중정서를 부추겼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교육방송이 타민족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콘텐츠를, 그것도 혐오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재편집해 올리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회수만 얻으면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EBS가 혐오로 돈을 버는 극우 유튜버들과 다를 게 뭔가”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EBS가 유튜브 채널이니 무관하다고 발을 빼선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13일자 영상은 성명이 나오기 직전 삭제됐고, 지난해 영상도 성명 발표 이후 별도의 공지 없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단체들은 “EBS는 문제적 콘텐츠를 비공개 처리로 끝내는 게 아니라,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SBS ‘그알’ 유튜브팀은 썸네일 자극성 배제 등 자체기준 준수

이처럼 방송심의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조회수 경쟁이 치열한 유튜브에선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선정적인 제목, 편집으로 이목을 끄는 콘텐츠들이 많다. 언론사들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밈이나 유행어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기도 한다.

그알 유튜브는 '여고생 사망 사건' 대신 '고등학생 사망 사건'이라 쓰는 등 성평등하면서 자극적인 표현을 지양하는 자체 기준에 따라 썸네일 등을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려 노력하는 곳도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그알 유튜브’ 팀은 콘텐츠의 자극적인 면이 강조되지 않도록 자체 기준을 만들어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노력 때문에 지난해 8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주는 ‘성평등언론실천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SBS본부 노보에 따르면 그알 유튜브 팀은 “콘텐츠 내에서 성별의 차이를 구분 짓거나 특정한 성별을 강조하는 표현 방식을 지양하고 배제해 성별 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 예컨대 많은 언론이 쓰는 ‘여고생 살인사건’ 대신 ‘고등학생 살인사건’ 식으로 특정 성별을 표현하는 부분을 뺀다. 젠더 감수성뿐 아니라, ‘희대의 살인마’처럼 범죄 가해자를 대악마처럼 묘사하는 표현과 범죄를 미화하는 내용도 배제한다.

도준우 PD는 당시 노보 인터뷰에서 “썸네일은 팀원 전체가 있는 단톡방에 미리 공유해 의견을 나눈다. 사건의 자극적인 면만 강조되지 않도록 팀원들이 의견을 내면서 여러 차례 수정하는 작업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탐사프로그램이나 보도제작물 등도 이런 기준을 확보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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