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자회사인 허핑턴포스트코리아(허프)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허프 구성원과 한겨레 노조가 매각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매각 협상 과정에서 한겨레 경영진이 허프 구성원에게 육아휴직자 및 신규채용자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해야 한다고 통보하는 등 문제적 정황이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한겨레 노조는 30일 성명을 내어 “노조가 확인한 회사의 공식 회의록과 허프 노조에서 채록한 경영진 발언 녹취록에는 이번 매각이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어 “유강문 전 허프 대표이사와 정연욱 경영관리본부장 등은 허프 등기이사로 이번 매각 작업을 주도하며 허프 구성원에게 육아휴직자 및 신규채용자의 고용이 승계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기존 직원들은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하며 취업 장소가 변경될 것이라고 통보했다”면서 “제삼자 계약, 브랜드, CMS, 자산 일괄 이전 계획을 알린 데다 이 모든 조건을 정하는 동안 허프 노조와는 한 차례 공식 교섭도 하지 않고 인수 의향사하고만 협상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최우성 한겨레 사장은 사내메일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고 반박했다. 최 사장은 “회사는 허프의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고, 한겨레가 보유한 허프 지분 100%를 제3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영업권 등 사업상의 양도가 아닌 지분 매각이기에 허프라는 법인 자체는 존속하고, 따라서 기존 허프 구성원들이 허프 사측과 맺은 단협, 노동조합 등 모든 권리는 유지되며 육아휴직자 및 계약직을 포함해 허프 소속 직원의 근로계약과 연봉계약은 유지하고 브랜드를 계속 사용한다는 것 등이 한겨레가 인수 희망기업과 함께 확인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사항은 28일 진행된 정식 협상에서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노조의 판단은 다르다. 한겨레 노조는 “허프 매각이 외형적으로 주식 거래의 형식을 취했다 한들, 그 실질에서는 ‘영업 양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단순히 허프 지분을 100% 매수하는 경우라면, 인수자는 허프 경영권 뿐 아니라 상호와 인수 기업의 모든 권리관계를 승계·보유하게 된다. 그러므로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모회사(한겨레)와 자회사(허프) 경영진이 허프 노동자의 고용승계 여부나 근로계약서 재작성 등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허프 노조는 회사가 당사자 동의 없이 인수 의향사에 직원의 연봉계약서와 임금 대장 등을 넘긴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허프 노조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겨레 노조는 성명에서 “그간 ‘진보언론’ 한겨레가 중시해온 노동권의 무게와 민주적이고 평등한 조직문화의 가치를 경영진이 스스로 허무는 꼴이다. 지금의 한겨레는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조차 외면하며 우리의 창간 정신과 정체성을 내던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가 허프를 매각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며 “지난 수년간 언론 매체 허프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경영 조치는 일절 취하지 않다가, 이제서야 허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애초 자회사 발전을 위한 계획도 전략도 없었음을 인정하는 꼴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한겨레 미디어 그룹’의 비전 부재를 졸속 매각을 통한 수익화로 무마하려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