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비평주제와 강력한 자사 비판을"
'매체비평 발전방안' 토론회
서정은 기자 | 입력
2003.06.11 00:00:00
현실적 대안 제시·시청자 참여 등 주문
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동종매체 프로그램에 대한 비평과 자사 비판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비평 주제와 방식도 보다 다양하게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 ‘미디어비평’ 100회를 맞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는 지난 10일과 11일 연달아 매체비평의 확대와 발전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양 토론회에서는 MBC ‘미디어비평’을 필두로 방송사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확산되면서 상호 비평과 검증 구조가 자리를 잡고, 독자·시청자 주권 및 미디어간 균형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KBS 매체비평 프로그램 신설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사 비판 강화 △비평 주제 다양화 △현실적 대안제시 △시청자 참여 보장 △심층적·전문적인 비평 등을 주문했다.
△TV 매체비평프로 왜 필요한가
10일 민언련이 주최한 ‘매체간 상호비평 확대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전규찬 강원대 신방과 교수는 “TV 영상은 보다 대중적이고 민주적인 언어인데다 쉽게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디어비평의 훌륭한 장이 된다”며 “TV를 통한 적극적인 미디어비평의 확보와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1일 언론정보학회가 주최한 ‘미디어비평과 한국의 TV 저널리즘’ 토론회에서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도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은 자사 비판을 통한 방송저널리즘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한 뒤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워치, 필터링 효과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대형 신문사들과 방송뉴스의 획일적인 보도에 제동을 걸고 다양한 시각을 제공, 이종·동종 매체간 견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매체비평프로 분석·평가
2001년 4월 첫방송을 시작한 MBC ‘미디어비평’은 본격적인 매체간 상호비평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11일 언론정보학회 토론회에서 김기태 호남대 신방과 교수는 “MBC ‘미디어비평’은 초기 신문비평의 성격이 강했지만 2002년 이후부터 방송매체를 비평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비평 논조에서는 보수언론 또는 보수적 보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강했다”고 분석했다.
10일 민언련 주최 토론회에서 양문석 전국언론노조 정책전문위원은 “MBC ‘미디어비평’을 제외하고 KBS ‘시사포커스’ EBS‘지금 시청자시대’ 등은 모두 전문가를 초청하는 형식을 띠고 있어 진행방식의 다양성이 요구된다”며 “모든 방송사의 비평 방식도 진행자 코멘트-사안설명-사례기사-비평 등 유사한 포맷이라 개별 프로그램의 특징을 거의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또 “비평 주제도 남북 외교 사회에 집중돼 있고 대부분 경성아이템이라 일반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면서 “최소한 1주일 단위로 특정 매체의 보도 흐름을 분석하는 것이 기본인데 하루 또는 이틀의 잘못된 보도를 중심으로 ‘특정 사례’를 제시하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사·동종매체 비판 강화해야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신문과 방송, 방송과 방송의 상호 감시·비평·토론 공간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무엇보다 자사 보도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비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또 지금처럼 텍스트와 뉴스 비평에만 머물지 말고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과 칼럼, 광고 등 신문 지면도 분석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전규찬 교수는 “비평 대상을 더욱 확장시켜 프로그램 제작현장, 언론사 소유구조, 경영방식, 시장 상황 등도 소재가 돼야 한다”며 “수용자의 동태를 읽고 소개하는 작업도 중요한 비평의 꼭지”라고 강조했다. 김기태 교수는 “바람직한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선정해 사회에 알리는 역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포착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포맷 개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송지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실장은 “매체 비평의 영역을 ‘의제설정’까지 확장하고 시청자 참여를 확대하는 등 쌍방향 매체로 형식적인 발전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시청률 잣대로 평가하는 언론사와 제작진에게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쏟아졌다. 김창룡 교수는 “미디어비평 같은 공익프로그램을 시청률로만 평가해선 안된다”며 “공영방송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드라마만 보기 위해 시청료를 낸다는 착각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전규찬 교수도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여러 압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몫”이라며 “현재의 시청률 규칙으로부터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지키는 것이 공익성을 담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