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속도전은 안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언론이 고의적인 왜곡을 하거나 허위정보를 알린다면 신속히 수정하도록 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추석 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 했는데 이에 맞장구 친 격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공언한 점을 감안하면 언론계는 폭풍 전야의 상황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구체적 언론개혁안을 공식으로 내놓지는 않았지만, 골자는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 도입으로 보인다. 앞서 정청래 대표가 대표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악의적 왜곡보도’로 인격권을 침해할 경우 언론사가 그 피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하도록 한다. 21대 국회 때 민주당이 냈던 법안과 비슷하지만, 허위 혹은 왜곡 보도가 고의 또는 과실이 아니라는 점을 언론사가 입증하도록 하는, 독소조항은 빠졌다.


이른바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징벌제 손배제의 도입은 21대 국회에서도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이 추진하다가 무산된 바 있다. 왜곡된 보도의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입법 목적은 일리가 있지만 언론자유 위축이라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논란이 거셌기 때문이다.


정치적 양극화 심화, 온라인 언론의 주류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유튜브의 막강한 영향력 등 무분별한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제동 걸기 매우 어려운 것이 최근의 언론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뉴스·정보에 대한 경제적 징벌이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주장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서 한 매체가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99명 미군기지 압송’ 등 허위사실을 보도한 뒤 각종 음모론으로 비화했던 사태는 ‘가짜뉴스’ 규제의 필요성을 증명한 사례다.


하지만 아무리 입법 목적이 타당하다고 해도, 이런 시도는 필연적으로 언론 자유의 가치와 충돌한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보완책 마련은 긴요하다. 이미 우리 사회는 모욕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등 악의적 보도에 형사 처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잉규제 논란을 피할 수 없고, 법리적으로도 ‘악의적 보도’와 비판 보도를 어떻게 구분할지 모호하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포함한 정부·여당의 언론개혁 목적이 ‘가짜뉴스’ 처벌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법무부에 가짜뉴스 유튜브에 대한 통제 방안을 지시하면서 “징벌 배상”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당 시절 언론중재법을 ‘언론 재갈 물리기’라며 반대하던 국민의힘이 집권하자마자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벌이며 집요하게 비판 언론 탄압을 시도한 것은 시사적이다. 어떤 정권이든 집권 세력이 추진하는 ‘가짜뉴스’ 퇴치 시도는 허위정보 유통을 막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은 경험칙이다.


언론개혁의 성공은 허위보도의 사회적 해악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균형감 있는 개혁안을 설계하는데 달려있다. 권력자의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봉쇄 소송에 대한 조기 심리 및 조기 기각 절차 마련, 악의적 봉쇄 소송을 한 원고에 대한 언론사의 별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등 부작용을 보완하는 제도 등의 마련이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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