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나왔다, 노벨평화상 이야기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 국민이 밤새워 지켜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만남에서 그의 평화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북한과 대치 상황을 완화하면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른바 ‘협상의 기술’을 쓴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상 집착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임기 내내 전쟁 종식과 중재를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웠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인도와 파키스탄 사례까지 들며 “내가 아니었으면 파국이었다”는 식으로 말해왔다.
이는 국내 정치와 표 계산에 맞닿아 있다. 석탄·석유·가스 산업이 여전히 중요한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텍사스 등에서 표밭을 다지는 동시에, 민주당이 주도해 온 재생에너지·전기차·탄소중립 정책과 선명히 선을 긋는 전략이다. 여기에 유가와 전기료 등 생활물가 불만을 결합해, 재생에너지를 ‘비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기후 대응보다는 정치와 산업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그의 발언은 산업·안보 차원에 머물러 있다. 알래스카 태양광 단지를 예로 들며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농지에 검은 패널을 세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규모 설비가 중국산이고 플라스틱도 전부 중국에서 온다”는 식의 정치적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도 했다. 또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보유한 나라”라며 자국산 자원 활용을 강조했다. 한국과는 합작투자 추진 의사를 언급했지만, 그 역시 기후 대응이 아니라 산업·무역 협력의 연장선이었다.
전 세계의 흐름은 다르다.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를 도입했고, 아시아 각국도 풍력과 태양광 중심의 전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들은 기후 대응을 산업 전략과 성장 동력으로 삼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중국 견제’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기후를 경제·안보 의제로 다루며, 전환은 불가역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대통령이 이 지점을 활용할 수 있다. 트럼프가 전쟁 종식을 통한 평화상을 노린다면, 한국 대통령은 기후 대응을 평화 의제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기후변화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 질서, 나아가 전쟁 방지와도 직결돼 있다. 기후를 매개로 한 국제 협력은 새로운 평화 담론이 될 수 있다.
노벨평화상은 전쟁 중재자에게만 돌아가는 상이 아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공동 수상했듯, 기후 대응도 인류 공동의 생존을 지킨 업적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의 평화상 열망을 기후로 잇는 전략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한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라 주도적 ‘피스 메이커’가 되는 법은 기후 대응, 그리고 기후 외교라고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