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16) 공간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

‘뷰파인더 너머’는 사진기자 박윤슬(문화일보), 이솔(한국경제신문), 고운호(조선일보), 박형기(동아일보), 이현덕(영남일보), 김정호(강원도민일보)가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만난 사람과 세상을 담은 에세이 코너입니다.

여행을 가면 관광지보다 주민들이 사는 동네를 둘러보는 편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얼굴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생활하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일본 어느 도시의 공원에 들어서자 공원의 중심에 자리 잡은 큼지막한 물체가 눈에 띄었다. 전형적이지 않은 생김새 때문에 공원을 상징하는 조형물인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미끄럼틀이었다. 한 명이 겨우 탈 수 있는 한국의 놀이터 미끄럼틀과 달리 여러 아이들이 한데 어울려 놀 수 있는 공간이었다. 초등학생 나이대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오르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절로 웃음이 났다. 아마 아이들에게 이 공간은 만남을 약속하는 중요한 장소일 것이다. 함께 뛰어놀며 온갖 이야기를 넘나들 것이다. 마음껏 상상하고 웃고 떠들며 아이들은 자랄 것이다. 도시에서 생활해서 그런 것일까, 요즘 부쩍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끊임없이 쫓기는 현대인에게 쉼의 공간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열린 광장에서 일상을 나눌 상대가 있다면, 이야기를 통해 아무개와 눈 맞출 수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말랑말랑 연약해질 수 있을까.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낯빛을 물끄러미 보다 남몰래 그런 상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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