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이 3년 만에 마무리됐다.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취하하면서, 2심이 조정으로 4일 최종 확정됐다. 외교부 손을 들어줬던 1심을 뒤집은 결과다. 지난해 1월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재판장 성지호)는 관련 음성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해당 보도가 허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재판장 문광섭) 결정문은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패배를 가리킨다.
이 사건은 2022년 9월21일(현지시각)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을 48초 만나고 나오면서 한 말이 문제가 됐다. MBC는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MBC 이외 국내 148개 언론사도 각 뉴스룸의 판단에 따라 같은 내용을 전했다.
13시간 후 대통령실은 돌연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주장했다. 2심 결정문도 “이 사건 보도 전, 홍보수석은 물론 안보실장도 관련 내용을 부인하거나 반박 해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할 정도로 뒤늦은 입장이었다.
이후 외교부는 MBC만 콕 찍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소송의 주체도 아니었다. 대통령의 격노로 외교부가 동원됐다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뒤늦게 나오는 중이다. 정부가 바뀌고 외교부 장관은 이 사건을 공식 사과했다.
소송 종료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바이든-날리면’ 사건은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언론탄압 사례로 꼽힌다.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윤석열 정부는 MBC에 각종 제재를 가했다.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고, 대통령실은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국세청은 추징금 520억 원을 부과했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고수위 법정 제재인 과징금 3000만원 부과를 결정했다.
MBC만이 아니었다. 방심위는 ‘바이든’이라는 자막을 쓴 YTN(관계자 징계), JTBC(주의), OBS(주의)에도 법정 제재를 가했다. 사장이 바뀌고 ‘바이든’ 보도에 대해 사과를 한 YTN에 대해서는 방심위가 제재 수위를 감경해 주는 일도 벌어졌다. 권력자 심기 보좌에 국가 기관이 총동원되었다. 소송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2심 결정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사건은 애초에 법원으로까지 끌고 갈 일이 아니었다. “이 사건 보도의 진위 여부 및 이에 대한 평가는 사법적 판단보다는 사회적 공론장에서의 비판과 반박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고, 없는 갈등을 만들어냈다.
사건의 여파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2023년 2월 미 국무부는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이 사건을 한국의 언론·표현 자유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 사례로 꼽았다. 심지어 이 사건으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MBC 취재진은 3년 만인 지난 8월18일에서야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 만큼 복잡한 사안이 아니었다. 권력자 눈치를 보게 하고, 국가 기관을 사적 동원한 의혹의 중심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
그렇기에 7월22일 한국기자협회 등 8개 언론 현업단체가 낸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정권 차원의 기획과 집행 여부를 명백히 밝혀내고,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외교부 장관의 사과와 2심 종결로 끝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