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그런데 해운대구가 올해 민간사업자에게 해운대 해변을 무료로 내주며 야심차게 시작한 ‘해운대 페스타’ 행사 구역은 오히려 썰렁했습니다. 특수부대 체험 구역에는 이용객이 없고, 매일 DJ 워터 파티를 하겠다며 지은 3000석 규모 공연장은 공연이 취소된 채 울타리로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피서객과 시민 외면 속 맞은 해운대 페스타 파행. 그 내막을 취재했습니다.
취재를 이어가다 우연히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해운대 페스타에서 일하는 소상공인들이 돈을 내고 입점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운대구가 공짜로 내준 땅에서 민간사업자가 임대료 명목으로 돈을 챙긴 정황이 처음 수면 위로 드러난 겁니다. 푸드트럭과 플리마켓, 무대 설치 업체 등 소상공인 160여명이 입은 손해는 약 20억원에 달했습니다.
◇파행 운영 취재하다 우연히 들은 이야기
해운대구와 민간사업자 사이 맺은 협약서를 확보해 확인해보니, 제3자에게 땅을 넘기거나 위탁 운영을 맡기는 ‘전대’는 금지 사항으로 적시돼있었고, 전대 시 협약이 해지될 수 있는 조항까지 있음에도 해운대구는 전대 사실을 몰랐다며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민간사업자와 입점 업체 사이 맺은 계약서만 봐도 확인 가능한데, 그조차도 하지 않은 겁니다.
전대 의혹 보도 후 추가 피해자가 나타났습니다. 피해를 입은 건 입점한 업체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이들보다 더 먼저, 더 많은 금액을 낸 업체가 있었습니다. 해운대 페스타 총괄 운영을 맡기는 조건으로 민간사업자가 한 업체로부터 20억원을 받기로 한 겁니다. 전대 문제 등으로 계약이 파기되면서 총괄 운영을 맡기로 한 업체가 입점하진 않았지만, 결국 계약금 2억2000만원을 떼였습니다.
해운대구는 해운대 페스타 파행 논란이 불거지기 몇 달 전, 이 사건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십억원대 운영권 거래 시도를 알고도 묵인했었고, 이후 민간사업자가 실제로 해운대 페스타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를 받았을 걸 눈치채고도 관리 감독을 허술하게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해운대 페스타’ 심사부터 부실
어떻게 이런 사업자가 해운대 해변을 여름 성수기에 두 달이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걸까. 사업제안서를 확보해 살펴봤습니다. 백사장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대형 미끄럼틀, 열기구 체험, 종합격투기까지…. 이미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실패했던 사업들과 실현 가능성 없는 제안이 난무한 허무맹랑한 계획서는 해운대구 심사에서 아무 문제없이 통과됐고 결국 해운대 페스타는 파행이라는 결론을 맞았습니다.
추가 취재 결과, 사업 입찰 전 민간사업자와 해운대구가 사전에 논의한 정황도 드러났고, 사업을 심사한 전문가 10명 중 해운대 해변이 공공재라는 특수성과 실현 가능성을 살필 관련 분야 전문가는 없었습니다. 각종 논란이 불거지자 해운대구는 결국 민간사업자와 맺은 협약을 파기했습니다.
부산MBC 연속보도 후 해운대구는 입장문을 통해 느슨했던 사업자 선정 절차와 관리감독을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수욕장의 주요 사업을 민간에 맡기는 방식이 아닌 구청이 직접 관리 감독하겠다며,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실현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해 신뢰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제공하겠다고 제도 개선과 행정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2025년, 5년차 지역기자의 여름은 해운대 페스타와 함께 지나갔습니다. 지역 축제 파행이라는 현상 보도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파고 든 이번 여름처럼, 언제나 깊이 들여다보고 취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