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편 놓고 때아닌 색깔공세

'인물현대사' 관련 일부 신문·정당 '정치 의혹' 딴죽

KBS 프로그램 개편과 관련, 신설 프로그램인 ‘인물현대사’와 진행자 교체 문제 등을 놓고 ‘정치적 의도’를 제기한 일부 신문과 한나라당에 대해 “KBS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13일 ‘KBS, 전국민 의식화 교육 나서나’ 사설에서 “정연주 사장 체제의 KBS가 첫 작품으로 내놓은 개편안은 시청자 위주가 아니라 특정인과 특정 집단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신설 프로그램인 ‘인물현대사’에 대해 “이른바 ‘의식화 교육’을 전 국민을 상대로 확대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물현대사’의 진행자로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결정되고 ‘가요무대’의 김동건 아나운서가 교체되는 것에 대해서도 동아 조선 중앙 등은 ‘공정성 상실’ ‘무리한 교체’ 등을 지적했다. 나아가 진행자 교체가 정 사장의 ‘개혁 코드’에 따라 이뤄진 게 아니냐는 ‘정치적 의혹’으로까지 연결시켰다.

동아일보는 13일자 ‘KBS 개편/세대교체냐 코드교체냐’ 기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속셈은 코드전환?”이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문성근씨의 공정성 논란과 김동건 아나운서의 무리한 교체를 지적했다. 중앙일보도 12일자 ‘KBS 가요무대에 개혁 불똥’ 기사에서 “KBS 시청자 게시판 등엔 ‘코드가 안맞는다고 사람을 함부로 갈아치우는 것이 정 사장식의 개편이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13일자 사설에서 “(문성근씨 기용과 관련) 말로는 방송의 독립성을 외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의 전도사를 노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다는 정연주 사장이 기용하면서 국민 보고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믿으라고 한다면 억지도 보통 억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청와대와 KBS 사장이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문성근씨를 중용하기 위해 질 좋은 프로그램(역사스페셜)까지 갑자기 폐지하는 것은 아닌가”라며 색깔 공세를 폈다.

그러나 언론시민단체와 KBS 내부 구성원들은 “터무니없는 딴지걸기”라며 이들 신문의 보도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무엇보다 방송도 되지 않은 프로그램을 ‘의식화 수단’으로 몰아뭍이고, 정연주 사장이 오기 전에 기획과 진행자 선정이 끝난 프로그램에 대해 사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기용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조선 중앙 동아는 구시대적인 색깔론과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상 KBS의 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다”며 “진행자의 전권이 용인되지 않는 역사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진행을 두고 ‘공정성’ 운운하는 것은 방송에 대한 무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도 13일 성명을 내고 “일부 보수신문들이 일제히 딴지걸기식 작문기사와 색깔 덧칠하기에 나선 것은 매체간 상호비평의 도를 뛰어넘은, 몰상식한 명예훼손”이라고 반발했다. KBS 보도국 한 기자는 “정 사장 취임 이후 진행자 교체는 일선 제작진 의견이 거의 100% 반영되고 있다”며 “KBS의 변화된 조직 문화와 분위기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당연히 사장의 뜻에 따라 결정됐을 것이라고 예단해 보도하는 것은 결국 음모론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정은 기자 punda@jo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