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부상 후 ‘제로클릭’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페이지뷰’(PV) 시대의 몰락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트래픽이 감소하는 데도 오히려 높은 수익을 얻는 경영 성과를 달성했다. PV 기반 수익모델이 무력화하는 시기, 대안을 고민해야 할 언론사로서 주목할 만하다.
최근 영국의 미디어 전문 매체 프레스가젯 기사 ‘가디언이 더 이상 수익 창출을 위해 페이지뷰에 의존하지 않는 이유’(Why The Guardian is no longer dependent on page view to drive revenue)에 따르면 가디언은 사이트 트래픽이 낮은 날에도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기사에서 리즈 윈(Lizz Wynn) 가디언 수석 후원자 수익 책임자는 매체가 “일일 PV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우리의 최고 수익 창출일 중 일부는 트래픽이 상당히 낮은 날들”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최근 2024~2025년 회계연도 기준 디지털 독자 수익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1억700만 파운드(한화 약 2025억원)를 기록하며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동 기간 정기 디지털 독자 후원자는 13% 증가해 130만명이었다. 윈 책임자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원한다면 자금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매월 1억명 이상 독자 중 2.4%에 해당하는 분들이 지갑을 열어 우리를 지원해 주는 데 감사드린다. 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특히 수익 측면에서 트래픽에 덜 의존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강력한 신규 구독자 확보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 언급됐다. ‘이메일’과 ‘특별 캠페인’, ‘에픽’(epics·기사를 많이 보면 하단에 등장하는 후원 요청 메시지) 등 다각적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독자 유입을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앞서 2016년부터 저널리즘 지원을 위한 기부를 독자에게 요청, 독자수익의 80%가 여기서 나왔던 당시 수익은 페이지뷰와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다중 멀티채널 ‘마케팅 캠페인’으로 전략 무게추가 넘어갔고, 이를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며 이메일과 함께 헤더, 푸터, 기타 중간광고 메시지가 중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뉴스 의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마케팅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는 전략이 주요하다. 윈 책임자는 “연간 달력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캠페인 시점과 상시적인 마케팅 메시지를 통해 뉴스 의제나 흐름에 대한 의존도와 분리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연말에 미국 독자들은 기부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들에게 맞춤한 캠페인을 이 시기 집중한다. ‘독보적인 기후 보도’, ‘독립성과 소유구조’를 강조한 캠페인을 하면 “뉴스 속 사건들과 무관하게 독자의 후원 의지를 창출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현 가디언 재정 상황에서 독자 기반 수익 비중은 64% 가량이다. 기사 하단 후원 요청 메시지는 여전히 재정적 측면에서 효과적이지만 시간을 거쳐 변화해 왔다. 윈 책임자는 “가디언의 여정과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즉 오픈 웹으로 시작해 주로 광고수익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독자들로부터 직접 자금 지원으로 전환된 과정에서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독자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싶어 하고, 그 대가로 반드시 많은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웹사이트엔 ‘기부하기’(donate)와 ‘구독하기’(subscribe) 두 버튼이 있었지만 복잡하다는 판단에 ‘지원하기(support)’로 통합했다. 버튼을 누르면 다양한 지원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제공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정기적인 월간 또는 연간 기부는 가디언이 재정적 지원을 받는 “가장 영향력 있는 방식”으로 이는 기부자뿐 아니라 부가가치가 높은 구독 상품에 가입한 모든 이용자를 포함한다. 구독 상품엔 요리 앱 ‘피스트’(Feast)와 프리미엄 앱 등이 포함된다.
윈 책임자는 “웹은 여전히 무료로 읽을 수 있도록 뒀고, 우리에겐 놀라운 마케팅 플랫폼이다. 항상 최고 가치의 구독상품으로 업셀링(상향 판매)할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매년 지속적인 강력한 수익 성장을 보이고 있고, 구독상품이 이를 견인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해당 기사에선 파이낸셜타임스의 “맞춤형 유료화 장벽”(personalised paywalls)이란 독자 수익 증대 접근법이 언급되기도 했다. 아드리아나 휘틀리(Adriana Whitley) 파이낸셜타임스 전략 디렉터는 소속사 사례를 언급, 개인화된 유료구독 모델 실험 결과 전환율이 36%, 최근 데이터에선 290%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용자가 이미 읽었던 기사처럼 기억하는 콘텐츠를 접했을 때 구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라 그는 부연했다.
휘틀리 디렉터는 매체들이 마케팅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하며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타깃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타깃팅 해야 한다며 “독자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프로그래매틱 광고가 아마도 가장 해로운 부분일 것”, “반대로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고급광고는 부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