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세미나 참관기] 기자와 공동체 윤리

류용규 대전일보 지회장



서귀포 KAL호텔에 제 시간에 도착한 뒤 짐을 풀어놓고 세미나가 열리는 지하 세미나실에 도착했는데도 이미 행사는 시작된 뒤였다. 엄숙하게 잡혀 있는 분위기를 해칠 수 없어 살금살금 들어가 빈자리에 앉은 뒤 앞에 걸린 현수막을 보는 순간 ‘법륜 스님? 법륜 스님이 누구지?’라고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었다.

과문한 촌 기자는 머릿속 기억을 더듬다 법륜 스님이라는 법명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어느 신문에선가 본 듯한 희미한 기억이 났다.

법명만 생각날 뿐 스님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 온 분인지는 차근차근 강연을 들어 가면서야 알게 됐다.

어쩌랴, 다시 한번 여기서 강조하면 짜증을 낼 기자 선·후배들이 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서울과 비(非)서울의 정보 격차가 너무 큰 것을…. 물론 내 무식의 탓도 크겠다.

강연을 들으면서, 스님의 머리 위에 걸린 현수막에 적힌 ‘한국 기자사회 공동체의 과제’라는 큰 글씨를 보면서 스님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감을 잡았다.

스님은 처음부터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진 않았다. 택시기사의 병을 고친 이야기부터 의사 직업을 가진 사람들로 넘어가더니 “환자가 없다고 남이 아프길 바라면 직업윤리에 어긋난다”고 역설한 말에는 잠시 내 숨이 턱 막히기도 했다.

기자생활 13년 동안 직업윤리에 벗어나 일을 한 적은 없었는지 스스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어 “의사가 치료거부를 하는 것은 인간이 너무 돈에 집착을 하기 때문”이라는 스님의 꾸짖음이 이어졌고, “휴식과 놀이가 둘이 아니다” “일주일만 단식하면 술 담배 고기 등 (좋지 않은) 음식 습관이 모두 사라진다”라는 말에서는 불이 켜지듯 머릿속이 갑자기 밝아졌다.

스님 단독으로 6개월간 중국 동북3성 지방의 2500개 마을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을 떠도는 북한 탈북자가 3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 제시에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정부예산 대비 지원율을 제시하면서 정부의 지원 확대를 유도하고 인류·민족사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천장만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서암 스님과의 인연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두 시간 넘게 나의 투정을 다 듣고 난 서암스님께서 ‘논두렁 밑 진흙 속에 있더라도 마음이 깨끗하면 그곳이 절일세’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의 확 떠졌다”고 한법륜 스님의 답변을 듣는 순간 만큼은 내 마음이 조용한 호수 위에서 나뭇잎을 타고 유유히 물결 따라 흐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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