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은 취재 내내 참 힘들었습니다. 언론 보도로 드문드문 접하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직접 파헤쳐보겠다며 시작했지만, 취재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 이 참혹한 비극을 제대로 진단할 도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만의 독자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습니다. 기존 보도나 판결문 어디에도 없는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 관련 기관을 하나씩 찾아가며 조각난 사실을 하나하나 이어 붙였습니다.
그렇게 드러난 숫자는 우리 사회의 숨은 비극이었습니다. 지난 12년간 249명의 아동이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매달 평균 2~3명꼴입니다.
숫자보다 더 아픈 건 그 너머의 현실이었습니다. 비극으로 내몰린 가정 중엔 평범한 일상을 살던 가족들도 많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살해 후 자살’은 ‘동반자살’이 아니라 명백한 아동살해 사건이라는 인식이 사회에 자리 잡고, 위기 가정을 조기에 찾아낼 만큼 행정 체계가 조금 더 촘촘해진다면 이런 비극은 분명 줄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습니다.
곧 출산을 앞둔 김지현 기자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사 핵심 논거로 쓰인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마감 직전까지 팩트체크를 거듭했습니다. 한소범 기자는 전국 곳곳을 돌며 비극의 현실을 기록했습니다. 끝으로, 언제나 냉철한 판단으로 방향을 잡아주시는 남상욱 부장, 항상 엑설런스랩을 지지해 주시는 김영화 국장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