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한 소절만 들어도 절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초코파이 광고 음악은 따뜻했던 한 세대를 관통합니다. 달곰한 초콜릿이 품은 뽀얀 마시멜로의 부드러운 감촉을 우리 모두 기억합니다.
정(情)으로 대표되는 그 초코파이가 법정에서 등장할지 누가 알았을까요? 냉장고에서 초코파이를 꺼내먹은 죄로 피고인석에 선 남성을 보면서 감정이 요동쳤습니다.
가파른 경제 성장 속에 감춰진 각박한 현대사회의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서글펐습니다. 재판장의 말 한마디, 법관의 표정, 짓눌린 법정 공기를 하나하나 기사에 담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 건 이 재판이 처음이었습니다.
보도 이후 들끓는 여론 속에 검찰의 태도 변화를 보면서 ‘기자 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찰은 수사와 공소제기에 문제가 없었는지 시민 의견을 들으면서 사건을 다시 살펴보는 중입니다.
재판이 어떤 결말로 향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그래도 바쁜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무언가 잊고 사는 게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던진 데 만족합니다. 모두가 힘들었지만, 따뜻한 정을 나눴던 예전의 기억 말입니다.
사건이 단순한 법리 다툼에 그치지 않도록 기사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연합뉴스 홍인철 전북본부장과 김동철 취재국장에게 감사드립니다. 지금도 노트북과 카메라를 들고 발로 현장을 누비는 연합뉴스 선후배 모두에게 이달의 기자상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