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문을 연 지 한 달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위원장은 없고, 여야 위원 추천도 없이 ‘0인’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방미통위는 기관장 없이 초유의 ‘직무대리’ 체제로 국정감사를 치렀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역시 그렇게 진행 중이다.
방미통위 출범에 한 달 앞서 시행된 개정 방송법은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법은 시행됐는데 그 법을 집행할 위원회가 없는 탓이다. 이대로라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 기한조차 맞출 수 없어진다.
현장은 이미 흔들리고 있다. KBS는 방송법 부칙에 따라 이달 26일까지 새 이사회를 꾸려야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방미통위 규칙이 없어 절차를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이사회 후보 추천기관을 어떻게 정할지, 어떤 기준으로 검증할지조차 비어 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EBS도 다음 달 9일까지 새 이사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상황은 같다.
YTN도 마찬가지다. 민영화 승인 당시 유진그룹에 부과된 조건 이행 여부, 사장추천위원회 구성 노사 합의 등 방미통위가 확인해야 할 과제들이 그대로 쌓여 있다. 관리·감독의 공백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멈추게 하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역시 개점휴업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위원장은 물론이고 위원 지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심의 절차가 올스톱됐다. 방송·통신 심의 대기 건수만 16만 건을 넘겼다고 한다. 캄보디아 ‘불법 구인광고’ 삭제 같은 시급한 사안도 자율규제 요청으로만 대응하는 현실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심각한 문제다.
정작 시급히 후속 조치를 챙겨야 할 정치권은 지난 두 달 넘게 손을 놓고 있었다. 이럴 거였다면 왜 방송3법(방송법·방문진법·EBS법)을 그토록 속도전으로 밀어붙였느냐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내세웠다면 그에 걸맞은 책임과 실행이 뒤따랐어야 한다. 그러나 법만 만들어놓고 여야는 손을 놓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논란으로 점철됐던 국정감사도 끝난 지 3주 가까이 지났다. 방미통위 위원장과 위원의 임명·위촉을 더 미룰 명분이 없다.
대통령실은 위원장 지명을 서둘러야 하고, 여야는 교섭단체 몫 추천을 책임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 방미통위는 구성 즉시 방송3법 후속 규칙을 마련해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방송제도 개편은 정치의 목적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영방송 체제를 세우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정치권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방미통위 구성 지연은 제도 공백을 넘어 공영방송 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사안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송3법과 방미통위 출범까지를 “방송통신 환경 정상화의 1단계 작업”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1단계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애초 목표로 삼았던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에도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야 한다. 지금 당장 방미통위를 정상 가동시키는 것이야말로 현장의 혼란을 멈추고 새로운 방송제도의 출범을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