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으로… 망법에 언론 예외규정 둬야"

4일 언론중재위 토론회 '유튜브 뉴스 시대 언론중재법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더불어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망법) 개정안에 대한 연내 처리 입장을 거듭 밝히며 언론계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튜브 뉴스 콘텐츠 피해구제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이 제안돼 주목된다. 언론 조정을 담당하는 기구가 미디어환경 변화에 대응해 조정 대상 등을 새로 구획하는 고민의 과정에서 ‘정보’와 ‘언론보도’ 경계를 분명히 한 접근이 나타나서다. 이날 토론에선 ‘망법의 언론보도 규율은 적절치 않고’, ‘현 망법 발의안에서 언론보도 예외규정을 신설하는 게 옳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온라인상 ‘정보’를 규율하는 망법 등이 여당에서 발의돼 추진 중인 가운데 해당 법안은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는 ‘언론보도’를 ‘정보’로도 보고 언론사의 온라인기사나 유튜브 콘텐츠를 규율 대상으로 삼을 소지로 우려를 받아왔다. 특히 법안은 ‘징벌적 손배제’, ‘정부의 과징금 부과’, ‘해할 의도의 추정’ 조항 등 법안 전반에서 언론의 정당한 역할을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유튜브 직접 조정신청 늘지만 피해구제는 저조”
언론중재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튜브 뉴스 시대, 언론중재법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유튜브가 주요 뉴스 소비 경로가 된 시기, 언론보도에 대한 피해구제를 담당해온 기구가 유튜브 콘텐츠에 대해선 어디까지, 어떻게 피해 구제를 할지 방안을 모색한 자리다.

실제 언중위로 신청되는 유튜브 조정 직접 신청 사건은 매년 점진적으로 늘어온 반면 피해구제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상황이다. 이날 제1발제를 맡은 양재규 언중위 조정본부장(변호사)이 2022년 1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유튜브 조정사건 1132건을 분석한 발표자료에 따르면 특정 유튜브 채널을 정확히 조정대상으로 신청한 ‘직접 신청 사건’은 꾸준히 늘었다. 반면 일반 사건에 비해 피해구제율은 평균 12.1%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 본부장은 “일반 사건에 비해 조정불성립이 많이 되고 있고, 구제 취하율은 낮아서 피해 구제율이 낮게 나타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튜브 뉴스 시대, 언론중재법 어떻게 개정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토론자와 발제자, 사회자 모습.

이미 언중위에선 언론사와 관련한 유튜브 채널에 대해 조정을 하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가 이 같은 결과를 낳는다고 양 본부장은 봤다. 현재 언중위는 언론중재법 목적 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 ‘제공주체’와 ‘내용/형식’에 따라 조정대상 여부를 판단해 진행한다. ‘언론중재법상 언론사(사업자)에 해당하는 자’ 중에서 ‘본 매체에 게재된 콘텐츠를 자사의 유튜브 등 채널에 동일하게 게시’(1형)한 경우, ‘본 매체에 게재하지 않은 콘텐츠를 자사의 유튜브 등 채널에만 게시’한 ‘보도’(2형)에 대해 조정대상으로 삼는 식이다.

양 본부장은 “명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할 근거가 없으면 조정을 할 때 인터넷뉴스서비스(1형), 인터넷신문(2형) 등이 아니란 이유로 각하를 하는 사례들이 나오는 데 그런 면이 작용한 것으로 저는 본다”고 했다.

적극적인 피해 구제를 위해 조정 제도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정책 제안도 나왔다. 기존 언론중재법 조정대상으로 애매했던, 즉 ‘언론중재법상 언론사 해당 여부가 모호하거나 언론사와 유사한 자’이면서 ‘뉴스 전문을 표방하는 유튜브에 게시’한 경우(3유형)에 대한 조정 등이 대표적이다.

양 본부장은 “조정의 제일 큰 장점은 유연성인 것 같다. 때로는 3유형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조정 시도를 해 볼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언론사가 운영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 중에서도 일반 국민들은 뉴스라고 인식하는 채널들이 분명히 있는데, 이를 조정할 때 걸림돌이 운영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다. 언론중재법과는 관련이 없지만 현재 발의된 망법에 ‘이용자 정보의 제공 청구’라고 해서 민형사상 소송제기를 위해 플랫폼 등에 채널 운영자 정보를 요청하면 제공할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이 있는데 이게 조정 제도에도 적용이 되면 실무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 이미 언론역할 수행…언론중재법에 포섭해야”
언론중재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설명에 이어 제2발제에선 유튜브 뉴스 채널 실증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유튜브 채널 성과지표를 제공하는 플랫폼 ‘플레이보드’에서 비상계엄부터 제21대 대통령 선거운동 상당 기간을 포함하는 2024년 12월~2025년 5월 월간 ‘뉴스/정치’ 카테고리 상위 1~200위 표본을 선정해 분석한 결과 1~50위에선 레거시 미디어 기반 채널이 강세였고, 일반 개인이나 단체가 운영하는 비언론사 채널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표시영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특히 중요한 유형을 꼽았다. “언론사로 등록돼 있지 않지만 1)콘텐츠가 공중의 관심사 혹은 공적 사안을 다루며 2)뉴스 편집, 스트리밍, 재편집 등의 보도형식을 갖추고 3)일정 정도의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갖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4)정기적으로 콘텐츠를 채널에 게시하고 5)사업자로 등록했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광고나 후원 등의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해 사실상 언론 기능을 수행하는 유형”이다. 강 교수는 “사실상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는 ‘기능적 언론성’ 측면뿐만이 아니고 형식상으로 봤을 때도 언론과 유사하게 보이지만 현재 피해 구제 대상에선 빠져 있다는 걸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고 했다.

유튜브 뉴스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을 판단하는 기준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구독자수’, ‘조회수’, ‘좋아요 수’, ‘라이브 시청자 수’ 등의 양적 규모보다 상대적으로 ‘지속성’을 유튜브 뉴스 콘텐츠의 중요 영향력 요인으로 이용자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조사에선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50만명 미만(33.6%)’, 조회수에선 ‘20만회 이상(28.6%)’, ‘좋아요 수’는 ‘1만개 이상(23.8%)’, 라이브 시청자 수에선 ‘1000명 이상~5000명 미만(25.4%)’ 등이 높은 영향력의 기준으로 꼽혔다. 그런데 정기성을 따진 문항에서 ‘최소 1주 이상’을 꼽은 비율은 85.8%였다.

표 교수는 “언론으로 인식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조건에서 유튜브 채널의 정기성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뜻밖이었던 결과는 유튜브의 채널 수익도 상대적으로 좀 덜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라며 “명예훼손, 모욕,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높게 나타났고, 응답자 다수는 법원 소송 외 대체적 구제 수단으로서 언론중재위의 조정이나 중재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튜브가 ‘기능적 언론성’ 측면에서 이미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국민 인식 역시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언론중재법을 개정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유튜브 채널을 ‘피해 구제 제도’ 안으로 포섭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독자수, 계속성’ 관련 기준 포함된 법안 제안
언중위 용역 연구로 진행된 이 같은 연구과정을 토대로 제3발제에선 실제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제안됐다. 기존 언론중재법상 ‘언론’의 개념을 바꾸지 않으면서 ‘언론 등’, ‘언론사 등’, ‘언론보도 등’ 개념에 각각 ‘온라인동영상뉴스서비스’, ‘온라인동영상뉴스서비스제공자’, ‘게시’를 포함하는 A안, 기존 ‘언론’ 개념에 ‘온라인동영상뉴스서비스’를 아예 별도 추가하는 B안이다. 법 기술적인 차이는 있지만 두 가지 모두 동일한 구조와 내용으로 설계됐다고 보면 된다.

특히 시행령 개정안 제안에선 언론중재법상에 새로 포함한 ‘온라인동영상뉴스서비스의 기준’에 대해 대통령령에서 정하도록 하되 ‘구독자수, 계속성’에 관한 구체적 기준도 설정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이란 콘텐츠가 게시된 시점 전후 1주일 간 일 평균 구독자 수가 1만명 이상인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고 △월별 단위 이내에 새로운 온라인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2회 이상 게시한 경우 △지속 시간에 관계없이 전년도에 24회 이상의 온라인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 △6개월 이내에 새로운 온라인 동영상 뉴스 콘텐츠를 게시한 경우로 정한 게 일례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언론으로 등록하지 않은 유튜브 채널들로 하여금 어떻게 언론중재법에 이런 규율을 받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인가 이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인터넷 언론사로 등록을 하게 되면 공직선거법상 여러 가지 광고 행위를 하거나 후보자들을 초청한 토론회를 하는 등 이점을 누리는 것이 보장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구제 차원에선 유튜버들은 제도권 안에 들어와 형사처벌 대신 언중위를 통해 자율적으로 피해 구제를 해줄 수 있고, 피해자들은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여당 망법에 언론보도 예외 규정 필요해”
이날 토론회는 미디어환경 변화에 따라 ‘언론’의 범주가 바뀌었고 이에 따른 피해구제를 위해 필요한 법제의 변화를 고민한 성격이었다. 다만 현재 여당에선 ‘허위조작정보 근절’이나 ‘피해구제의 현실화’를 내세워 기존 망법과 언론중재법을 개정하려는 작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고 언론역할 위축이나 언론에 대한 ‘징벌’로 읽힐 수 있는 여러 조항이 담기며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두 발의안이 ‘정보’와 ‘언론보도’ 개념을 중복 또는 혼재시키며 기성 언론이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 등으로 분쟁 발생 시 언론중재법 적용을 받는지, 망법도 같이 고려돼 여러 겹의 규율을 받는 것인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장과 노종면 의원이 10월20일 국회에서 열린 언론개혁특위 허위 조작정보 근절안 발표에서 대화하고 있다. 두 의원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한 정보통신망법·언론중재법 개정안을 10~11월 잇따라 대표 발의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는 이 제시된 안에 추가로 고려할 문제와 관련해 “현재 여당의원이 발의한 망법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여당 의원들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정보, 허위조작정보, 게재자란 정의를 두고 있는데 이 ‘정보’에 언론보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만일 포함된다면 언론계에서 문제제기를 많이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종합토론에선 현재 여당의 망법 등 논의에서 언론보도를 제외하는 예외규정을 둬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날 제안된 안이 당장 입법 절차에 돌입하더라도 현 발의안과 교통정리나 관계 설정이 필요해보인다는 질문에 양재규 본부장은 사견을 전제로 “저는 망법에 언론보도가 해당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좀 두면 좋겠다. 지금은 해당된다. 해당 정보 안에 언론보도 개념이 들어가기 때문에 망법에 있는 명예훼손죄 처벌 규정으로 기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 이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정보 개념에서 언론보도를 빼고 언론보도는 언론중재법으로 하는 게 체계적으로 맞지 않나 보고 있다”고 했다.

이승선 교수는 ”현재 망법에서 (논의되는 부분이) 언론중재법으로 제발 넘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에 더해 허위정보와 허위조작정보에 언론의 사실보도를 포함시켜 악의적 보도로 추정하거나 언론사로 하여금 추정에서 벗어나려면 입증하도록 설계된 문제, 불법성이 불분명해도 규율하겠다는 부분, 이런 처벌 규제 장치가 언론중재법에 영향을 미치고 언론중재법을 흔들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 지금처럼 평균 500만원에서 900만원 사이의 배상액으론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법원이 언론과 관련한 명예훼손 소송에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손해배상 액수를 상당한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이날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엔 3인의 발제자 외에 김준현 언론인권센터 변호사, 박종현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윤선 유튜브채널 '취재편의점' 대표 기자, 차기현 광주고등법원 판사, 허윤철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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